롯데 자이언츠 우완 '영건' 고원준(22)은 올해 양승호 감독에겐 '계륵'에 가까웠다. 아직 젊은 투수인데다가 지난해 보여준 것이 있기 때문에 발전 가능성은 무궁하지만, 자기관리가 조금 부족해 기량발전이 정체되고 있다는 말로 자주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시즌 내내 양 감독의 애를 타게 했던 고원준이 간만에 5이닝 이상 소화하며 마운드에 힘을 보탰다. 고원준은 18일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SK 와이번스와의 정규시즌 16차전에 선발 등판, 5⅓이닝 2피안타 2볼넷 2탈삼진 1실점(비자책점)을 기록했다. 직구 최고구속은 144km까지 찍힌 가운데 한창 부진했던 때보다는 제구와 구위, 구속 모두 회복됐음을 보여줬다. 투구수는 70개를 기록했고 직구위주의 피칭에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를 섞어 던졌다.
뒤늦은 1군 재복귀전이었던 12일 광주 KIA전 이후 고원준은 2경기 연속 희망투를 펼치며 점차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당시 고원준은 4⅓이닝 5피안타 1실점을 기록, 시즌 막판 구위가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2위자리를 놓고 벌어진 중요한 일전인 이날 경기에서 이닝을 소화하며 제 몫을 다 했다. 고원준이 5이닝 이상 소화한 건 지난 7월 28일 사직 두산전(6⅓이닝 2실점) 이후 무려 53일 만이다. 또한 비자책을 기록한 건 5월 1일 목동 넥센전(5⅓이닝 무실점) 이후 시즌 두 번째다.

관건은 고원준의 포스트시즌 엔트리 진입 여부다. 26명으로 꾸려지는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유망주의 자리는 없다. 무조건 전력에 도움이 될 선수만이 필요하다. 경기 전 롯데 양승호 감독은 "선발로 잘 던지는 선수가 불펜에서도 잘 던진다는 보장은 없다. 긴장감이 다르기 때문에 꼭 성공을 거둔다는 법은 없다"면서 "현재로선 진명호나 이정민이 롱 릴리프를 맡지 않겠나"라고 예상했다.
포스트시즌은 선발투수 3명이면 충분하다. 롯데는 송승준-유먼-사도스키 3명의 선발투수가 있다. 불펜까지 풍족한 가운데 관건은 롱 릴리프, 선발이 일찍 내려간 뒤 가운데를 채워 줄 선수가 필요하다. 지난해 고원준이라면 그 조건에 부합한다. 시즌 초반 불펜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고 선발로 전환한 뒤에도 안정적인 피칭을 했다. 하지만 올해는 그 역할을 할 선수가 마땅치 않다.
18일 경기를 앞두고 양 감독은 고원준의 포스트시즌 엔트리 진입 여부를 묻는 질문에 "올해 원준이는 둘 다(선발, 불펜) 신통치 않다"면서도 "작년만 돼도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고원준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양 감독이지만 다시 강력한 공을 뿌리던 시절로 돌아가길 원하는 마음은 한결 같다.
롯데는 18일 경기에서 타선이 터지지 않으며 SK에 1-3으로 역전패를 당했다. 동시에 고원준의 시즌 4승도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그렇지만 고원준이 회복의 기대를 갖게 해 줬다는 점 하나만은 위안으로 삼을 만했다. 과연 고원준이 올 시즌 얼마 안 남은 기회에서 눈도장을 받아 포스트시즌 히든카드로 활약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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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백승철 기자,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