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km' 리즈, 광속구에도 최다패가 된 까닭은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2.09.19 09: 06

8월 이후 리그 최고 투수가 최다패 투수로 전락했다.
LG의 파이어볼러 레다메스 리즈(29)가 18일 잠실 넥센전에서 6이닝 1실점에도 3연패에 빠지며 리그 최다 12패째를 당했다. 이날도 리즈는 최고구속 162km의 강속구를 뿌리며 넥센 타선에 맞섰지만 6회초 내준 1점이 결승점이 되면서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최근 리즈의 투구 자체는 리그 최정상급이다. 직구는 물론이고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모든 변화구들이 마음대로 형성, 상대 타자들을 압도하고 있다. 스스로 “밸런스를 잡았다”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고 리즈와 호흡을 맞추는 포수 윤요섭도 “포수 입장에선 그냥 잘 받아주기만 하면 된다”고 리즈의 투구에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8월 첫 등판인 4일 목동 넥센전부터 18일 경기까지 8경기에 등판해 53⅓이닝을 던지며 탈삼진 66개 평균자책점 1.69의 엄청난 성적을 거두고 있다. 8월 17일 대전 한화전을 제외하면 모든 경기 퀄리티스타트이며 비자책점 경기도 2번 있었다. 그러나 이 기간 리즈는 단 1승 만을 거뒀고 지난 5일 대구 삼성전 완투패를 시작으로 3연패에 빠져있다.
지독한 불운의 가장 큰 원인은 역시 득점지원이다. 리즈는 최근 선발 등판한 4경기에서 1점도 지원 받지 못했다. 8월 23일 광주 KIA전까지 포함해 이닝으로 환산하면 31이닝 연속 득점 지원 '0' 다. LG 타선은 이날 KIA 소사를 만난 것을 시작으로 롯데 송승준, 삼성 윤성환, SK 윤희상, 넥센 밴헤켄을 상대로 침묵했다. 이들 모두 각 팀의 선발진을 대표하는 에이스급 투수고 리즈 역시 에이스급 투구를 펼쳤지만 승리의 여신은 리즈를 외면한 것이다.
또 다른 원인은 퀵모션이다. 리즈가 실점하는 과정을 돌아보면 주자가 나간 상황에서 유난히 흔들린 것을 알 수 있다. 리즈는 퀵모션으로 투구할 때에도 워낙 팔스윙이 크기 때문에 투구 시간이 크게 단축되지 않는다. 때문에 잦은 견제로 최대한 주자를 묶어 놓으려고도 하지만 결국 도루를 허용하거나 도루 허용을 의식한 나머지 실수를 저질러 스스로 무너졌다.
18일 경기에서 유일하게 실점한 6회초를 돌아보면 서건창에게 좌전안타를 맞은 뒤 2루 도루에 당했고 서건창을 의식한 나머지 2루 견제를 하다가 에러를 범해 3루까지 내줬다. 결국 후속타자 강정호를 상대로 1타점 좌전안타를 허용했다. 이후 강정호에게도 2루 도루와 3루 도루를 연이어 내주고 말았다. 볼넷으로 출루시킨 이성열까지 2루 도루를 시도했지만 리즈는 어설픈 견제로 이성열은 잡은 채 이닝을 종료시킬 수 있었다.
이전 등판인 9월 12일 잠실 SK전도 4회초 박정권의 중전안타와 도루로 흔들리면서 선취점을 내줬다. 허무하게 완투패를 당한 9월 5일 대구 삼성전 역시 3루 주자 강명구의 홈 스틸에 당황한 나머지 보크를 저질러 뼈아픈 실책과 함께 결승점을 허용했다. 퀵모션에서의 제구력이 흔들리곤 하며 주자를 지나치게 의식하면서 집중력도 떨어진다.   
그래도 분명한 것은 리즈가 올해 전지훈련부터 연습해온 투구폼이 자리 잡으면서 최근 리그 최정상급 투구를 펼치고 있다는 점이다. 리즈 스스로 “마이너리그 때부터 꾸준히 투구폼을 지적 받았다. 많은 투수코치들이 내가 공을 던질 때 고개를 드는 각도, 킥 동작, 하체 밸런스를 문제 삼았지만 좀처럼 명확한 해답을 얻지는 못했었다”며 “한국에 와서 축발의 무릎을 굽히는 정도를 작게 했고 그러면서 제구도 잡히고 구위도 유지되고 있다”고 만족을 표했다.
일단 LG는 2013시즌 리즈와 재계약을 추진할 계획으로 리즈가 팀에 남는다면 퀵모션 불안에 대한 문제점도 해결할 가능성이 높다. 리즈 역시 “한국에 와서 많이 발전했다. 또한 아직 20대인만큼 여전히 발전할 여지가 많다고 생각한다”고 기량향상에 대한 욕심을 보였다. 2년 동안 한국 무대에서 뛰면서 리즈는 투구폼 뿐이 아닌 땅볼처리, 송구 능력 등도 향상됐다. 마무리투수 보직 전환 실패와 함께 힘든 시즌을 보내고 있는 리즈가 차기 시즌에는 이전보다 높이 도약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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