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호 "정규시즌 부진, PS서 만회하고파"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09.19 10: 30

"포스트시즌에선 (이)승호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
18일 롯데 자이언츠와 SK 와이번스의 맞대결을 앞둔 사직구장. 롯데 양승호(52) 감독은 포스트시즌 마운드 운용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현재 2위를 달리고 있는 롯데는 5위 KIA에 7경기를 앞서고 있어 시즌 종료까지 13경기를 남겨둔 시점에서 사실상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 확정된 상황이다. 당장 눈앞에 있는 2위 싸움 때문에 롯데는 본격적으로 포스트시즌 준비를 하지는 못 하고 있지만 투수진 운용에 대해서는 미리 구상을 해놓는 게 필요하다.
관건은 선발투수가 일찍 내려갔을 때 투입될 롱 릴리프 요원이다. 만약 선발이 흔들리면 조기에 투입돼 필승조가 나올 때까지 잘 막아줘야 하고, 때로는 선발이 잘 던진다 하더라도 전략적으로 등판해 긴 이닝을 소화할 수도 있다. 지난해 우승을 차지했던 삼성 차우찬이 그런 방식으로 기용, 좋은 활약을 보여준 바 있다.

지난해 롯데는 플레이오프에서 장원준이 이와 같은 임무를 부여 받았다. 당시 장원준은 선발로 1차례, 불펜으로 2차례나 등판했지만 그 결과는 좋지 못했다. 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로 나섰던 장원준은 5이닝 4실점으로 부진했고, 그러자 양 감독은 장원준을 불펜으로 돌리는 강수를 뒀다. 장원준은 4차전에서 4이닝 1피안타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탈락 위기의 팀을 구해냈지만 최종 5차전에선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못 잡고 3피안타 2실점으로 무너져 결국 롯데는 한국시리즈 문턱에서 주저앉았었다.
이를 떠올린 듯 양 감독은 "선발투수로 잘 던지던 선수라고 해서 불펜에서 잘 던지는 게 아니다. 5이닝 던지는 선발투수가 대략 2이닝 집중해서 던지면 공이 더 좋아질 것 같지만 정신력에 따라 갈리기도 한다"면서 "작년 장원준을 불펜으로 돌린 건 결국 실패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 감독은 이승호 이야기를 꺼냈다. "큰 경기 경험이 많은 승호는 포스트시즌에서 역할이 중요하다. 반드시 살아나야만 한다"는 것이 양 감독의 속내다.
올 시즌을 앞두고 FA 계약을 통해 롯데 유니폼을 입은 이승호는 37경기에 등판해 2승 2패 1홀드 평균자책점 2.98을 기록하고 있다. 표면상으로는 나쁘지 않은 성적이지만 42⅓이닝동안 볼넷이 32개에 이르고 WHIP(이닝당 출루)가 1.54를 기록, 불펜으로서 불안한 모습을 보여준 게 사실이다. 2군에서 시즌을 시작한 이승호는 6월에는 10경기에서 평균자책점 제로, 7월 9경기 평균자책점 1.98을 기록하는 등 기대 만큼의 활약을 보였지만 8월들어 다시 부진, 결국 다시 2군에 내려가기도 했다.
롯데 주형광 투수코치는 올해 이승호가 기복을 보이는 것에 대해 "시즌 준비가 부족했던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FA 계약을 준비하면서 팀의 마무리훈련에도 자연스럽게 참가하지 못했고 스프링캠프를 눈앞에 두고서야 훈련에 돌입했던 게 발목을 잡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주 코치는 "경험이 많은 이승호는 꼭 살아나야 하는 선수다. 그래서 (구위가 다 안 올라왔지만) 9월 확장엔트리 때 올려서 최대한 실전감각을 쌓도록 하고 있다"며 "사실상 내년을 바라보고 있지만 지금도 힘은 꽤 붙었다"고 평가했다.
현재 롯데가 찾고 있는 마운드의 퍼즐은 롱 릴리프 요원이다. 포스트시즌에 들어가면 선발투수는 3명으로 운용이 가능하고 필승조는 좌·우·언더핸드 2명씩 갖추고 있다. 여기에 이승호가 롱 릴리프로 제 역할을 해 준다면 롯데 투수진은 짜음새를 갖추게 된다. 롯데 코칭스태프가 이승호의 구위 회복에 기대를 걸고 있는 이유다.
올 시즌 준비가 부족한 게 아니냐는 주위의 지적에 이승호는 "몸이 완벽하게 안 만들어진 상황에서 스프링캠프를 갔다. 결국 그 여파가 지금까지 오고 있다"고 인정하고는 "투구 밸런스가 좋아졌다 나빠졌다 반복하게 되더라"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어떻게든 잘 던지는 수밖에 없다. 정규시즌에 잘 못했으니 포스트시즌에서 만회를 하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롯데가 이승호를 영입할 때 기대한 건 큰 경기에서 보여줬던 관록 넘치는 투구다. 과연 이승호가 남은 시즌에 밸런스를 되찾아 롯데의 가을야구에 힘을 보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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