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주간드라마 ‘응답하라 1997’(이하 응답하라)이 시청률 5%를 훌쩍 넘은 가운데 종영했다. ‘응답하라’의 인기 고공행진은 케이블드라마의 가능성을 보여주기에 충분했으며 탄탄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이 만나면 어떤 결과를 보여주는지 증명하는 예가 됐다.
KBS 2TV ‘해피선데이’를 연출했던 예능PD 신원호 PD와 예능 작가 이우정 작가가 뭉쳐 ‘응답하라’를 기획했다고 발표했을 때, 사람들은 시트콤을 예상했다. 실제로 tvN 측은 시트콤이 아닌 드라마에 방점이 찍힌 작품이라는 점을 알리기 위해 주력했다. 위기는 기회로 작용해 예능에서 활동했던 PD와 작가의 이력은 ‘응답하라’의 맛을 살리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특정 시청자층이 아닌 전 세대를 아우르는 예능을 만들었던 제작진은 전 연령대가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를 들고 나왔다. 20대 후반에서 30대로 설정됐던 시청타깃은 10대와 40대까지 확장됐다.
주간드라마라는 장르도 이색적이었다. 지상파에서는 월화드라마, 수목드라마, 주말드라마로 드라마 편성 블록이 정형화되어 있다. 편성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케이블이었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 방송이 가능했다. 또 30분 분량의 에피소드 2개를 연이어 방영해 몰입도를 높이고 스토리의 긴장감을 더했다. 자칫하면 가벼워 보일 수 있는 구성은 1년이라는 기간을 소요해 완성한 스토리로 보충했다.

신원호PD는 ‘응답하라’ 첫 방송에 앞서 “캐스팅 콘셉트는 일명 ‘PD가 미쳤어요’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그는 “소위 A급이라고 일컬어지는 스타들은 한정돼 있고 시청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사람들도 많지 않다. 톱스타를 쓸 수 있는 게 아니라면 새로운 인물들을 캐스팅해 시청자들에게 새 얼굴을 만나는 재미를 주자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걸그룹 에이핑크의 은지, 아이돌그룹 인피니트의 호야, 서인국, 은지원 등 파격적인 캐스팅 역시 케이블드라마이기에 상대적으로 수월했다.
‘응답하라’의 정체성은 기존의 복고도 아닌 것이 향수를 불러일으키면서 동시에 청소년들과 ‘공감대 형성’이 가능한 오지랖 넓은 콘텐츠다. H.O.T와 젝스키스라는 양대산맥을 통해 1세대 아이돌팬덤을 조명하면서 지금의 팬문화의 시초를 짚었다. 한 번쯤은 H.O.T의 노래를 흥얼거렸고 H.O.T에 대한 의리로 젝스키스를 한 번쯤은 미워해봤던 이들에게 ‘응답하라’는 내 이야기였다. 1004(천사), 486(사랑해) 등의 암호가 난무했던 삐삐와 열고 닫는 맛이 있는 폴더형 휴대폰은 나와 내 친구가 공유했던 추억이었다.
기존의 복고가 통기타에 통 넓은 나팔바지, 장발에 도끼빗을 허리춤에 꽂고 다녔다면 ‘응답하라’의 복고는 내 아이의 성장과정을 통해 부모 세대가 목격했고, 20말 30초 세대가 경험했으며 1020세대가 맞이할, 과거이자 현재였고 미래였다.
삐삐와 PCS를 쓰고 다마고치를 키우고, 드라마를 테이프로 녹화해서 보던 시절이 추억이 됐듯, 그 추억을 꺼내 보여줬던 ‘응답하라’ 역시 18일 방영을 끝으로 추억이 됐다. 예능에서 드라마로 잠시 외도를 했던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 등 ‘응답하라’ 제작진은 다시 tvN의 새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plokm02@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