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벌한 ‘2위 도박판’, 삼성은 앉아서 돈 딴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2.09.19 10: 33

본격적인 2위 쟁탈전이 막을 올렸다. 롯데, SK, 두산 중 한 팀만 웃을 수 있는 서바이벌 게임이다. 그러나 이와 무관하게 1위 삼성은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다. 2위 싸움이 열기를 더해갈수록 삼성의 즐거움은 더 커진다.
삼성은 18일 현재 68승47패2무로 선두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다. 2위 롯데(62승52패6무)와의 승차는 5.5경기다.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직행이 유력하다. 삼성과 4경기를 남겨두고 있는 롯데도 추격을 포기하고 2위 수성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한국시리즈 직행 프리미엄은 엄청나다. 일단 충분한 휴식을 취한다. 보름가량의 여유가 있다. 반면 삼성의 한국시리즈 파트너는 최소 3경기에서 최대 10경기를 치러야 한다. 체력적인 면에서 불리하다. 통계도 이를 확인해주고 있다. 그동안 정규시즌 1위 팀(전·후기 및 양대 리그 제외)이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집어삼킬 확률은 무려 85.7%에 달했다.

삼성이 웃는 이유는 또 있다. 2위 싸움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2위 롯데와 4위 두산의 승차는 2경기다. 남은 경기 결과에 따라 얼마든지 순위는 바뀔 수 있다. 준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하는 것은 세 팀 모두 바라지 않는 시나리오다. 아예 2위의 가능성이 사라졌거나 떨어진다면 모를까, 가능성이 살아있는 상황에서는 일단 총력전을 펼칠 수밖에 없다.
2위를 차지하는 팀은 웃을 수 있겠지만 준플레이오프로 가야 하는 나머지 두 팀은 타격이 크다. 힘은 힘대로 빼고 얻는 것은 없다. 말 그대로 도박이다. 2위 싸움의 최전선에 있는 감독들도 이점을 우려했다. 양승호 롯데 감독은 “어차피 종이 한 장 차이다. 차라리 세 팀이 붙어있는 게 낫다”라고 하면서도 “이제 SK와의 승차를 벌리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며 부담감은 인정했다.
지난 시즌 막판까지 롯데와 2위 경쟁을 벌이다 결국 3위로 밀려난 SK는 그 아픔이 생생하다. 이만수 SK 감독은 “어떻게 하다 보니 작년과 상황이 비슷해졌다. 지난해 KIA가 좀 더 미리 준플레이오프를 준비한 것이 차이일 뿐”이라고 하면서 “준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하니 막상 한국시리즈에 가자 던질 투수가 없었다. 진이 빠져 선수들의 집중력도 떨어지더라”라고 떠올렸다.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세 팀 사령탑은 2위를 향해 전력 질주한다는 각오다. 다만 “시즌 막판에야 2위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는 명제에는 모두 공감한다. 그러다보면 주축 선수들의 피로도가 심해질 수 있다. 반대로 삼성은 한국시리즈를 대비해 여러 선수들을 투입하며 옥석 가리기에 나서고 있다. 이래나 저래나 삼성의 앞길에는 파란 신호등이 줄을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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