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 심려를 끼쳐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19일 롯데와 SK의 맞대결을 앞둔 사직구장. 롯데 더그아웃 쪽에 SK 이광근 수석코치와 외야수 김강민이 찾아와 고개숙여 사과를 하는 풍경이 펼쳐졌다. 전날 경기에서 7회 강민호는 수비도중 홈으로 쇄도하던 김강민과 정면충돌, 땅에 머리를 강하게 부딪혔다. 좌익수 김주찬의 송구는 3루에서 홈으로 들어오는 길목에 정확히 향했고, 김강민은 미리 기다리고 있던 강민호와 충돌 하면서 아웃을 당했다. 쓰러져 일어나지 못하던 강민호는 경기 출전을 강행했으나 다음 타자때 허리와 목 통증을 이유로 곧바로 교체됐다.
강민호는 19일 부산 세흥병원에서 CT촬영을 한 결과 목과 허리에 근육경직 증상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행이라면 머리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사실, 그렇지만 롯데 양승호 감독은 "이번 주 강민호는 출전이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강민호가 쉬게 되면서 당분간 용덕한이 선발출장을 하고, 백업포수로 변용선이 1군에 올라왔다.

당시 상황에 대해 양 감독은 "김강민 선수가 정당한 플레이를 했다. 경기를 하다보면 얼마든지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문제 삼을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렇지만 SK 쪽에서는 정당한 플레이라 하더라도 상대 주전포수에 부상을 입힌 것을 사과하기 위해 경기 전 이 코치와 김강민이 직접 롯데 더그아웃을 찾아 사과의 뜻을 전했다.

롯데 라커룸을 먼저 찾아 강민호에 사과의 뜻을 전한 김강민은 양 감독에게도 고개 숙여 사과하며 "감독님, 심려를 끼쳐드려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고, 양 감독은 "경기 도중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서로 열심히 하다 보니 일어난 것이니 신경 쓰지 말고 야구 잘하라"고 덕담을 잊지 않았다. 전날 충돌상황 때에도 롯데 쪽에 사과의 뜻을 전했던 이 코치 역시 함께 고개를 숙였다.
당분간 출전이 힘들어진 강민호는 20일 목동원정을 떠나는 선수단과 함께 서울로 올라가 추가 검진을 받을 예정이다. 강민호 역시 당시 상황에 대해 "정당한 플레이라고 생각한다"고 흔쾌히 사과를 받았음을 내비쳤다.
충돌 이후에도 출전을 강행했던 이유로 강민호는 "워낙 중요한 경기였기에 그대로 해 보려고 했다. 처음에는 머리가 아팠는데 갈수록 허리가 더 아파져 못 할것 같아 결국 교체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김강민에 대한 고마움을 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홈 충돌 직후 강민호의 머리가 땅에 강하게 충돌하자 당황한 김강민은 강민호의 머리를 손으로 들어 최대한 보호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충돌했을 때는 정신이 없어서 강민이 형이 그렇게 머리를 들어준 것도 몰랐다"던 강민호는 "나중에 영상을 보고서야 알았다. 그건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롯데와 SK는 치열한 2위 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그 가운데 선수들이 서로를 위하는 '동업자 정신'은 생생하게 살아 있음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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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백승철 기자,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