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1사 만루의 위기였지만 SK가 좀 더 침착하게 대처했다. 부산물보다는 인천물이 짰고 결국 승부도 거기서 갈렸다.
SK는 19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2012 팔도프로야구’ 롯데와의 경기에서 7-0으로 이겼다. 이로써 SK는 롯데와의 2연전을 모두 가져가며 25일 만에 2위 자리를 탈환했다. 반면 롯데는 4연패의 늪에 빠지며 성적과 분위기를 모두 놓쳤다.
경기 초반은 양 팀 선발투수인 송승준(롯데)과 윤희상(SK)의 호투 속에 팽팽하게 흘러갔다. 전날(18일) 양상과 엇비슷했다. SK가 2회 이호준 박정권의 연속안타와 정상호의 내야땅볼로 먼저 1점을 냈지만 여유 있는 점수는 아니었다. 롯데도 산발적으로 안타를 터뜨리며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다.

롯데의 역전 기회는 6회 찾아왔다. 윤희상에게 5회까지 막혔던 롯데는 6회 1사 후 김주찬이 2루타를 치고 나가며 물꼬를 텄다. 곧이어 손아섭도 3루수 강습 내야 안타로 출루했다. 윤희상이 최근 섞어 던지기 시작한 커브에 타이밍이 맞기 시작하면서 SK 배터리를 압박한 결과였다. 그리고 홍성흔이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골라 나가며 1사 만루의 기회를 잡았다. 동점 내지 역전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러자 이 상황이 승부처라고 본 SK 벤치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95개의 공을 던진 윤희상을 내리고 곧바로 박희수를 올렸다. 가장 믿을 수 있는 투수이자 다음 타자가 좌타자 박종윤임을 감안한 선택이었다. 최근 주로 마무리 정우람에 앞서 8회 등판하곤 했던 박희수를 조기에 투입하며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강심장’ 박희수는 공격적인 승부로 박종윤을 2구만에 3루수 플라이로 잡았다. 예상치 못한 과감한 승부에 박종윤의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박희수는 조성환까지 투수 앞 땅볼로 직접 처리하며 1사 만루 위기를 넘겼다. 롯데로서는 절호의 기회가 박희수의 짠물피칭에 막혀 무산되는 순간이었다.
반면 롯데는 자신들에게 찾아온 1사 만루 위기에서 결정적인 실책을 저지르며 자멸했다. 7회 박재상의 내야안타, 최윤석의 볼넷, 임훈의 우전안타로 1사 만루에 몰린 롯데는 선발 송승준을 내리고 김성배를 투입했다. SK와 흡사한 작전이었다.
그러나 김성배 투입 카드는 1루수 박종윤의 실책으로 물거품이 됐다. 정근우의 1루수 땅볼 때 박종윤이 공을 뒤로 흘리며 2명의 주자가 홈을 밟은 것이다. 병살까지도 가능했던 상황이 실책 하나에 돌변했다. 김성배는 허탈한 듯 하늘을 쳐다봤고 양승호 롯데 감독은 박종윤을 바로 경기에서 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 후 경기 분위기는 급격하게 SK쪽으로 기울었다. 분위기가 처진 롯데는 무기력 그 자체였다. 이를 놓칠 SK가 아니었다. SK는 9회 최정의 3점 홈런을 포함해 4점을 더 뽑으며 롯데를 KO시켰다. 결국 1사 만루에서 드러난 양 팀의 차이가 2위 자리의 주인공까지 바꿔 놓은 셈이 됐다. SK의 저력, 롯데의 문제점이 동시에 드러난 1사 만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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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