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신동훈, 불행 날린 '으랏차차' 데뷔 등판기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2.09.20 07: 25

“0-10으로 지고 있는 상황이라도 나올 수만 있다면 상관없어요. 야구를 시작하면서 정한 제 첫 번째 목표니까요. 꼭 1군 마운드 밟고 싶습니다.” 
지난 4일 처음으로 1군에 합류한 만 18세의 고졸 신인투수의 바람은 소박했다. 보통 1승, 혹은 1세이브, 그것도 아니면 첫 등판에서 팀 승리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데 이 신인투수는 일단 던져보는 게 소원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정확히 15일 만에 첫 번째 꿈을 이뤘다.
LG 우완투수 신동훈이 19일 잠실 넥세전에서 꿈에 그리던 1군 마운드에서 완벽한 투구를 펼쳤다. 뜻하지 않게 주목받았기 때문에 충분히 긴장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진짜 데뷔전에서 씩씩하게 자신의 재능을 증명했다. 140km 중반대까지 찍힌 직구를 바탕으로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를 섞어 던지며 처음으로 상대하는 1군 타자들을 제압했다.

첫 타자 대타 이성열을 직구로 카운트를 유리하게 잡은 뒤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 두 번째 타자인 차화준도 직구로 볼카운트를 선점한 후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세 번째 타자인 문우람에게 던진 초구 직구가 중전안타성 코스의 타구로 이어졌지만 유격수 오지환의 다이빙 캐치로 삼자범퇴, 순간 1루 관중석의 관중들은 엄청난 함성을 신동훈에게 선물했고 그렇게 신동훈은 완벽한 신고식을 치렀다.
신동훈은 지난해 드래프트 상위 라운드에서 지명된 특급 유망주도 아니고 청소년대표팀 출신도 아니다. 하지만 신동훈이 이날 잠실구장에서 가장 큰 환호를 받을 수 있던 것은 6일 전에 있었던 일 때문이다. 지난 12일 잠실 SK전 9회말 2사 2루에서 신동훈은 대타로 타석에 들어섰다. 그리고 장갑조차 착용하지 않은 채 상대 투수 정우람의 공 4개만을 바라봤고 그대로 마운드가 아닌 타석에서 신동훈의 프로 데뷔 첫 경기는 막을 내렸다.
이날 경기 마지막 장면을 두고 수많은 말이 오고갔다. 다음날 LG 김기태 감독은 “신동훈에게는 정말 미안하다. 하지만 지금의 1패가 앞으로의 2, 3승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후회는 없다”고 밝혔다. 14일 한국야구위원회는 김기태 감독과 LG 구단에 벌금 500만원과 경고 조취를 취했다. 이렇게 신동훈은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한 사건의 불행한 등장인물A가 됐다. 
신동훈의 불행은 지난해부터 찾아왔다. 서울고 2학년 시절, 이미 140km 중반대의 공을 던지며 이듬해 봄까지만 해도 서울지역 특급 강속구 투수로 꼽혔다. 그러나 이른바 ‘고3 병’이 찾아왔다. 투구 밸런스가 무너졌고 전국대회 경기에서도 수비 실책으로 허무하게 정상까지 닿지 못했다. 2011년 황금사자기 16강전 유신고를 상대로 경기 중반에 등판했지만 2이닝 연속 야수진과 자신의 송구 실책으로 무너졌다. 청룡기 16강전에도 6⅔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으나 앞서 등판한 투수가 야수진의 에러로 이미 4점을 내줬다. 마지막 전국대회인 대통령배에도 4강까지 올랐지만 당시 북일고 2학년 윤형배와의 맞대결에서 패했다.
신동훈은 고3 시절을 회상하며 “고2때까지는 구속도 잘 나오고 그야말로 야구가 마음대로 잘 됐다. 하지만 3학년이 되고나서는 나도 모르게 투구 밸런스를 잃어버렸고 구속도 더 이상 올라가지 않았다. 전국대회 중요한 경기마다 내 역할을 못했고 그래서 그런지 동료들도 흔들렸다”고 아쉬워했다.
1군에 합류한지 겨우 2주 밖에 안 된 어린투수는 불행을 극복하는 법을 잘 알고 있었다. 신동훈은 12일 사건에 대해 “사람들이 감독님 원망을 하지 않았냐고 물어보는데 절대 아니다. 오히려 그 일 덕분에 팬들이 나를 알게 된 것이 아닌가. 이제는 투수 신동훈으로 유명해지기 위해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하며 언젠가 찾아올 등판 기회를 기다렸다.
마침내 첫 1군 등판을 치른 후에는 “맘 편히 내공만 던지자고 생각했다. 기회를 주신 감독님과 코치님께 감사드린다. 팬들의 응원소리도 고마웠다. 마운드에서 내려와 덕아웃으로 들어오니 감독님이 악수하고 어깨를 두들겨 주시면서 ‘수고했다’고 말씀해 주셨다. 감사했다”며 담담히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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