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 김광현이 사라졌다. 외국인 투수 마리오의 복귀도 계속 늦어지고 있다. 그러나 SK 선발진에도 희망이 생겼다. 윤희상(27)과 송은범(28)이라는 ‘쌍끌이 체제’가 힘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SK는 가장 중요하다는 선발 로테이션이 시즌 내내 말썽을 부렸다. 부상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에이스 김광현은 왼 어깨 재활 끝에 6월에나 마운드에 섰다. 외국인 선수로도 큰 재미를 못 봤다. 시즌 초반 팀의 에이스 몫을 하던 마리오는 무릎 부상으로 이탈했다. 로페즈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들어온 부시도 시즌 막판으로 갈수록 부진해 벤치의 애를 태우고 있다.
쉽게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김광현은 열흘 이상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9월 7일 KIA전에서 2⅓이닝 동안 7실점한 뒤 아직 등판이 없다. 어깨 상태가 썩 좋지 않아 벤치에서도 해법을 놓고 고민이 크다. 7월 25일 이후 팬들의 시야에서 사라진 마리오 역시 감감 무소식이다. 이만수 SK 감독은 “시즌 막판에라도 돌아와야 한 번 상태를 확인하고 포스트시즌 활용 방안을 세울 수 있다”며 답답해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조금씩 숨통이 트이고 있다. 윤희상과 송은범이 마운드의 중심을 단단하게 잡아주고 있기 때문이다. 두 선수는 9월 들어 맹활약하며 SK의 2위 탈환에 큰 공을 세웠다. 시즌 막판 2위 싸움은 물론 포스트시즌도 내다봐야 하는 SK로서는 큰 힘이다.
윤희상은 올 시즌 SK에서 유일하게 규정이닝을 채우며 분투 중이다.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는 꾸준함 자체만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이만수 감독이 “올 시즌 팀 투수 MVP는 윤희상”이라고 단언할 정도다. 올 시즌 25경기에 모두 선발로 나가 9승8패 평균자책점 3.46를 기록하고 있다. 첫 풀타임 선발임을 고려하면 윤희상의 활약상은 그 가치가 크다.
9월 들어서는 더 힘을 내고 있다. 3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챙겼다. 평균자책점은 1.35다. 19일 사직 롯데전에서는 5⅓이닝을 무실점으로 버티며 시즌 세 번째 전구단 상대 승리투수가 됐다. 시즌 중반까지 주무기인 포크볼을 앞세웠던 윤희상은 최근 커브를 장착하며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고 있다. 완급조절 능력도 더 좋아졌다는 평가다. 생애 첫 10승도 눈앞이다.
최근 들어 제 페이스를 찾은 송은범의 ‘부활’도 반갑다. 송은범도 김광현과 마찬가지로 부상으로 원래의 구위를 찾는 데 애를 먹었다. 오른쪽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 후 4월 말 복귀했으나 다시 통증을 느껴 2군에 내려가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7월 초 복귀 후에도 내용이 들쭉날쭉했다. 7월부터 8월까지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3자책점 이하)가 단 한 번밖에 없었다. 예전 모습이 아니었다.
그러나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구위도 되살아났다. 최근 2연승에 9월 3경기에서 2승 평균자책점 2.89다. 예전을 생각하며 구속에 집착하기보다는 어깨에 불필요한 힘을 뺀 것이 주효했다. 무엇보다 구석구석을 찌르는 직구 제구가 날카로워진 것이 눈에 띈다. 송은범이 가장 좋을 때의 모습이다.
두 선수에 대한 팀의 의존도는 시즌 막판 더 높아질 전망이다. 채병룡은 복귀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변수가 있다. 부시는 9월 3경기에서 평균자책점이 10.13까지 치솟을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다. 게다가 SK는 오는 22일부터 8연전을 치러야 한다. 윤희상과 송은범이 2경기씩을 책임져야 할 일정이다. 두 선수의 어깨에 SK의 2위 수성 여부가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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