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 25살인 그는 아직도 뜨거운 성장통을 겪고 있었다. 비워내는 고민을 하고 있었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천천히, 그리고 탄탄하게 닦고 있는 지드래곤이다.
'원 오브 어 카인드'.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이라는 뜻을 가진 지드래곤의 두 번째 솔로 앨범명은 그를 잘 표현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지드래곤은 확실히 남들과는 다른 것을 무대 위에 쏟아냈고 음악 안에 녹여냈다.
시간이 지날수록 지드래곤에게 가지는 사람들의 기대는 커지고, 사람들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그의 책임도 덩달아 커졌다. 하지만 그는 자신에게 독이 되지 않을 적정선에서 사람들의 기대를 감사하게 받아들였다. 비워내기를 통해 어른으로 성장하는 '아이같은 어른' 지드래곤의 모습이었다.

지난 19일 서울 합정동에 위치한 YG 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지드래곤을 만났다. 선글라스에 흰 재킷, 삐뚤어진 모자를 쓴 채 예의바른 인사를 건네는 그에게 오늘의 패션 스타일 콘셉트를 묻자 "오늘은 좀 청초하죠?"라며 웃는다.
지난 16일 SBS '인기가요'에서 이번 앨범 첫 컴백 무대를 꾸민 지드래곤은 개구쟁이같은 모습의 '크레용'과 해외 힙합 스타를 연상케 하는 '원 오브 어 카인드'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무대 후 대중의 기대를 충분히 만족시킨 파격적인 무대였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자유분방함이 이번 앨범의 콘셉트에요. 천방지축이죠. 사실 콘셉트는 따로 없어요. 앨범 제목과 같이 제가 잘 할 수 있는 것. 남들이 못하는 것. 유일한 것을 하려고 노력했어요. 제가 남들보다 재미없는 것을 재미있게 푸는 능력이 좀 더 있는 것 같아요. 하기 어려운 말들을 더 해보려고 노력하기도 하고요."
지드래곤은 이번 앨범에 거창한 의도보다는 사소한 감정을 그만의 스타일로 담아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앨범에 대한 질문에 그는 담담하고 차분하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해 나갔다.
"예전에는 음반 만들면서 어떤 메시지를 담아야겠다는 생각을 꼭 했었어요. 하지만 해가 거듭될 수록 별 생각 없이 음악을 만드는 것이 개인적으로 맞다고 생각해요. 멤버들과 테디 형이랑도 매일 그렇게 이야기해요. 음악은 음악일 뿐이라고요. 만들 때도 따로 거창한 메시지를 담는다기 보다는 내가 느낀 기분을 표현하려고 노력해요. 그 점이 3년 전 첫 솔로 앨범과는 많이 다르죠. 절대 내가 '히트송을 만들어야지', '꼭 대박 노래를 만들어야지'하면 잘 나오지 않더라고요. 재미있게 이것저것 이야기하다가 노래를 만드는 것이 훨씬 빠르고 잘 만들어져요. 이번 앨범 역시 여러가지 생각하지 않았어요."
이야기를 나누며 노래를 만든다는 지드래곤의 음악에는 항상 특별한 것이 있다. 그만이 소화할 수 있는 소재와 표현이 있다. 그는 "일종의 직업병일 수도 있는데 사물과 대화를 한다"며 독특한 버릇을 소개했다.
"많은 사람들이 영감을 어디서 찾냐고 물어봐요. 일종의 직업병인데, 제가 하나의 사물을 통해 많은 것을 연상하는 버릇이 있어요. 가끔은 대화도 해요. 하하. 사물 입장에서 생각해버는 거죠. 영화를 볼때도 대사 한 문장을 통해 많은 감정들을 느껴요"
이번 앨범에서 가장 많은 화제를 불러 일으킨 것은 바로 곡 '그XX'다. 자발적인 19금 표기로 그의 음악적 신념을 느낄 수 있게 하기도 했던 노래다. 그는 "예방 차원"이라고 말했다.

"여러가지 문제들이 많았어서 미리미리 예방하는 차원에서 붙였어요. 19세긴 하지만 단어가 사실 그렇게 세지는 않아요. 그새끼라는 어감이 청소년들에게는 유해하지만, 글쎄요. 같은 맥락의 단어가 그자식 정도가 있겠지만 이자식이라고 했으면 19세가 붙지 않았을 것 같기도 해요. 하하. 저도 어렸을 때 19세 금지 앨범을 많이 사서 들었기 때문에 이것이 많은 제약을 불러일으키진 않을 것 같아요."
지드래곤은 이미 자신의 앨범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만들어진 곡에 대해서 평을 들어야 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하지만 지드래곤은 남들의 시선과 평가에 무너지지않는 고집이 있었다. 이러한 고집이 그를 지탱하게 하는 버팀목인 것 같았다.
"프로듀서로서 부각되는 것이 부담되지는 않아요. 다른 사람의 시선과 기대때문에 내가 할 걸 못하고 조심스러워 한다면 할일을 못했을 것 같거든요. 제가 밖에 잘 안나가고 회사에 오래 있기 때문에 웹을 통해서 많은 말을 들어요. 이제는 조금 많이 인이 베겼다고 해야하나. 나쁜 말들이건 좋은 말들이건 그 사람들의 생각이기 때문에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여요. 제 할일 꾸준히 하면 좋은 말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악플도 전혀 신경쓰지 않아요."
지드래곤은 그룹과 솔로 앨범에 대한 차이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예전에는 솔로와 그룹의 구분을 지으려고 했었는데 요즘에는 내가 어디 속하든 좋은 노래를 해야지 하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솔로라서 좋은 점은 있어요. 팀으로 활동할 때는 스타일을 정해진 틀 안에서 해야하는데 솔로로 활동할 때는 제 마음대로 스탕일링을 할 수 있거든요. 요즘은 정말 신나요. 어떤 옷을 입을까 고민하고 꾸미는 것이 정말 재미있어요. 제가 조금 마른 편이라 여자 옷도 조금 있고요. 선택의 폭이 넓은 편이죠."
승승장구하는 지드래곤에게도 언젠가는 내리막길이 있을 것이다. 그 역시 내리막길에 대비하고 있을까 궁금해졌다. 조심스럽게 질문하자 그는 담담하게 "그 부분은 항상 생각한다"고 답했다.
"사람일은 모르는거잖아요. 하지만 갑자기 떨어지면 좀 당황스러울 것 같긴 해요.하지만 나중에는 프로듀서로 다시 인기를 얻을 수도 있고요. 저에게 여러가지 길이 있다고 생각하고 준비도 탄탄히 하고 있어요. 일단 제 목표는 돈을 떠나서 음악을 오래 하는 것이에요. 제가 언제까지 아이돌로 소녀팬을 몰고 다닐 수 없다는 걸 알아요."

인터뷰 내내 "어렸을 때", "지금도 어리지만"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한 지드래곤은 아직도 성장통 중이다. 국내를 대표하는 가수로 성장했지만 아직 25살인 그에게는 남들과는 다른 능력이 있고 아직 시간은 많다. 미래를 뜨겁게 고민하고 부담을 덜어내고 있는 그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한 살 한 살 먹을 때마다 달라지는 걸 느껴요. 방송국에 가도 네가 막 인사했었는데 나보다 큰 사람들이 저한테 인사를 할 때면, '아, 내가 어른이 됐나'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 생각이 들면 생활이나 마음이 변하는 것 같아요. 완성단계는 아니지만,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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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