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까지 긴장 풀지 않겠습니다. 저도 포스트시즌에 나가봐야지요”.
2군에 익숙해지던 2,3년 전에도. 그리고 데뷔 첫 10승을 거둔 지금도 그는 언제나 겸손했다. 오히려 예전에는 자신감이 떨어졌던 반면 농익은 구위와 함께 경기를 준비하고 야구에 임하는 태도가 굉장히 성숙해졌다. 데뷔 10시즌 만에 첫 한 시즌 10승에 성공한 노경은(28, 두산 베어스)은 진정한 프로야구 선수로 거듭나고 있다.
노경은은 지난 19일 광주 KIA전에 선발로 나서 8이닝 동안 118개의 공을 던지며 2피안타(탈삼진 6개, 사사구 2개)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10승(6패, 19일 현재)째를 따냈다. 그와 함께 지난 6일 잠실 넥센전 완봉승부터 이어진 24이닝 연속 무실점 기록도 이어갔다. 또한 평균자책점도 2.76까지 낮추며 전체 투수 중 3위에 올랐다. 이는 현재 규정이닝을 채운 국내 투수 중 최고의 기록이다. 2⅔이닝만 더 던지면 노경은은 데뷔 후 처음으로 시즌 규정이닝(133이닝)을 충족시키게 된다.

투구 내용이 압도적이라는 점이 바로 노경은의 올 시즌 승승장구를 이끌고 있다. 매 경기 손쉽게 150km 이상의 직구를 던지는 노경은은 정명원 코치로부터 배운 포크볼은 물론, 144km까지 찍히는 슬라이더와 120km대 낙차 큰 파워커브까지 선보이고 있다. 제구가 잘 되지 않던 예전에는 ‘공은 좋은데’라는 탄식조 평가였던 반면 이제는 현장에서 최고급으로 평가받는 선발 투수로 우뚝 섰다.
함께 두산 선발진의 주축으로 우뚝 선 이용찬도 “경은이 형은 당장 WBC(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에 나가도 되는 투수”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최고 152km의 광속구와 다양한 변화구까지 구사하는 국내 투수 평균자책점 1위 선발 투수. 상식적으로 봤을 때 뽑히지 않는다면 더욱 이상한 일이다.
2003년 데뷔 후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음에도 노경은은 진중한 자세를 유지하려 노력한다. 2군 생활이 익숙하던 시절 동료 선후배를 칭찬하면서도 팬들의 비난과 구단의 백안시로 인해 정작 자신에 대해서는 “제가 되겠습니까”라며 오히려 움츠러들던 노경은은 자기 공을 믿고 던지면서 자신감을 장착했다. 그러나 그 마음이 자만으로 빠지지 않기 위해 더욱 노력하는 선수가 바로 노경은이다.
“저는 오랫동안 빛을 못 보다가 이제 1군에서 기회를 얻고 있는 투수입니다. 그리고 아직 2군에서 좋은 재능을 갖추고도 확실하게 1군에서 기회를 잡지 못하는 다른 후배들도 많아요. 이 팀에서 오랫동안 다치지 않고 뛰면서 그 친구들한테도 ‘할 수 있다’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지금 얻은 수확물에 안위하지 않겠습니다”. 데뷔 첫 10승과 24이닝 연속 무실점 기록에 대한 감회를 앞세우지 않은 이유다.
또한 노경은은 “마지막까지 긴장 풀지 말아야지요”라는 말로 목표 설정보다 자신의 최대치에 도전하겠다라고 밝혔다. 현재 소속팀 두산의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굉장히 높은 가운데 노경은은 한 번도 밟아보지 못한 가을 야구 마운드에 대한 간절함도 비췄다.
“예전에 엔트리에는 들었어도 경기 출장은 못했어요. 그 일이 계속 아쉬웠는데 저도 우리 팀 가을 야구에 힘을 보태야지요. 앞으로 한 경기, 한 경기. 최대한 점수를 내주지 않는 모습으로 팀과 팬에 보답 하겠습니다”. 구단과 팬의 등쌀에 지쳐 야구를 포기하려던 노경은은 이제 10승 투수가 되어 그들에게 맹활약으로 보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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