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라히모비치의 품격, 그리고 AC 밀란의 과제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2.09.20 14: 29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31)에게는 품격이 있다. 골잡이로서의 품격이다.
올 시즌 '호화군단'으로 거듭난 파리 생제르맹(PSG)은 19일(이하 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서 열린 '2012-2013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 A조 1차전 디나모 키예프와 홈경기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며 4-1로 완승을 거뒀다.
이날 PSG는 디나모 키예프를 상대로 엄청난 화력을 투입했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를 비롯해 에세키엘 라베치, 하비에르 파스토레, 티아고 실바, 막스웰, 알렉스, 네네 등 이적시장에서 긁어모은 선수들을 총출동시켰다.

이 중에서도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이는 이브라히모비치였다. 이브라히모비치는 전반 19분 만에 팀의 선제골을 만들어내며 4-1 승리를 이끌었다. 제레미 메네즈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가뿐히 성공시키며 골폭죽의 시작을 알린 것.
또한 이날 득점으로 이브라히모비치는 UCL 역사에 기록될 새로운 기록을 작성했다. 서로 다른 6개 팀 소속으로 본선에 올라 각각 득점을 올린 UCL 역사상 최초의 선수가 된 것. 아약스(네덜란드) 유벤투스 인터밀란 AC밀란(이탈리아) 바르셀로나(스페인) PSG(프랑스)를 거치며 모두 UCL 본선에 올라 득점을 성공시킨 이 대기록은 당분간 깨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PSG 이적 후 4경기 5골을 넣으며 몸값에 걸맞은 맹활약을 보이고 있는 이브라히모비치는 자신이 왜 현역 최고의 스트라이커 중 하나로 불리는지 그 이유를 증명했다. 195cm의 장신에서 뿜어져나오는 압도적인 제공권과 골키핑,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피지컬은 물론 연계 플레이와 드리블까지 빼어난 이브라히모비치는 프랑스 무대까지 평정할 기세다.
이런 이브라히모비치의 활약이 못내 아쉬운 이들이 있다. 비싼 몸값에 이브라히모비치와 티아고 실바를 내보내고 한숨 돌린 AC 밀란이다. 재정적인 여유는 찾았지만 이들의 공백마저 메울 수는 없었다.
PSG의 경기와 같은 날 조별리그 C조 첫 경기를 가진 AC 밀란은 홈인 산 시로서 안더레흐트(벨기에)와 0-0으로 비겼다. 시종일관 무기력한 경기에 골 결정력 부족까지 드러난 이 경기로 AC 밀란은 홈에서 톡톡히 망신을 당했다. 경기장을 찾은 홈팬들은 졸전을 펼친 자신들의 팀에 야유를 퍼부었다.
이브라히모비치와 실바의 이적, 그리고 알레산드로 네스타, 젠나로 가투소, 필리포 인자기 등 베테랑들이 팀을 떠난 공백이 느껴지는 경기였다. 특히 이브라히모비치의 빈 자리가 컸다. 이브라히모비치의 자리에 대신 배치된 케빈 프린스 보아텡은 이날 의미 없는 슈팅을 난사하며 최악의 부진을 보였다.
경기력 면에서는 물론 팬들 사이에서도 이브라히모비치의 공백은 컸다. UCL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이날 산 시로를 찾은 AC 밀란 홈팬은 2만 7539명에 불과했다. 이브라히모비치와 실바의 이적이 결정된 후 팬들의 비난 공세에 시달려야했던 AC 밀란은 이날 경기 중간에 전광판을 통해 이브라히모비치의 골 장면을 보여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같은 시간 열린 경기에서 선제골을 넣고 환호하는 이브라히모비치의 모습에 AC 밀란 팬들은 박수를 보내며 떠나간 스트라이커를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브라히모비치가 AC 밀란 팬들에게 얼마나 사랑받았는지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C조 1위가 당연시되던 AC 밀란이 초반부터 고전하면서 제니트와 말라가 등 다른 팀들이 눈을 빛내고 있다. 다음 달 4일 러시아 원정에서 제니트와 맞붙어야하는 AC 밀란이 과연 이브라히모비치의 공백이라는 과제를 풀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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