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 댄디남들의 눈빛이 변했다. 서늘하고 날카롭지만 섹시하다. 유난히 '나쁜 남자'가 눈에 띄는 하반기 극장가이기도 하다.
영화 '공모자들'의 최다니엘과 제 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으로 이슈몰이 중인 영화 '피에타'의 이정진, 10월 개봉을 앞둔 '위험한 관계'의 장동건 등이 그들.
충무로 대표 댄디남으로 손꼽히는 두 배우가 거친 남자의 모습으로 스크린을 장악한다. 반듯한 외모와 말투로 엘리트적인 이미지가 강했던 최다니엘은 '공모자들'에서 입체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한없이 안쓰럽고 다정하다가도 일순간 섬뜩한 기운이 스친다.

'지붕뚫고 하이킥', '동안미녀', '시라노 : 연애조작단' 등 그간의 작품들에서 매력적인 훈남으로 여심을 사로잡았던 그는 극중 실종된 아내를 찾고 말겠다는 일념으로 고군분투하는 과정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은 물론, 기존에 볼 수 없었던 강인하고 거친 남자의 모습으로 또 다른 매력을 분출한다. 특히 영화 후반부 아내에게 자상했던 남편의 모습과는 180도 다른 소름끼치는 면모로 관객들에게 충격을 안긴다.
올 초 '원더풀 라디오'에서 까칠하지만 매력만점의 라디오 PD 역을 맡아 여성 관객들에게 어필했던 이정진도 김기덕 감독의 신작 '피에타'에서 나쁜 남자 이상의 나쁜 남자로 돌아와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영화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채무자들의 돈을 뜯어내며 사는 악덕 사채업자 강도. 기존의 부드럽고 시크한 도시남의 이미지를 버리고 냉혈한으로 변신한 이정진은 강렬한 연기 변신으로 새삼 주목 받고 있다.
착한 남자의 대명사로 불리던 장동건이 선보이는 '나쁜 남자'도 기대할 만 하다. '위험한 관계'에서는 이제껏 보지 못한 섹시한 장동건의 모습으로 영화에서 그는 옴므파탈과 젠틀맨의 경계를 넘나들며 여성을 유혹한다.
장동건이 등장하는 장면은 영화의 분위기까지 섹시하게 만들어놓는다. 시트로 몸을 감싸고 있는 여성을 뒤로한 채 담배를 입에 문 모습이라던가, 묘하게 미소짓는 얼굴 등으로 희대의 '플레이보이'를 연출한 장동건의 옴므파탈 그 자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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