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을 모양이다. 돌연 사퇴의사를 표명한 남종현 강원FC 대표이사의 의지가 확고하다.
지난 19일 오전 남종현 대표이사가 구단에 사표를 제출했다는 강원 지역 언론의 보도가 일제히 터져나왔다. 사퇴 이유는 구단자금 부족과 성적 부진, 건강상 등의 이유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 구단 관계자들도 남 대표이사가 사의를 표명한 사실을 인정했다.
남 대표는 재정적 문제와 성적 부진 속에서 홀로 고군분투하며 운영 자금을 만들어내는데 한계를 느꼈다고 한다. 강원랜드와 맺은 100억 원 규모의 스폰서 계약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으면서 재정난에 빠졌다. 구단 운영에 사비까지 털었지만 사태는 쉽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여기에 시즌 중 사령탑 교체라는 칼을 빼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최하위에 머물러있는 팀의 성적 부진 문제도 있었다. 강원 구단 관계자는 "주변에서 도와주는 이 없이 나 혼자 팀을 끌고 간다는 생각에 많이 지쳐계셨던 것 같다"며 사퇴 배경을 설명했다.
항간에는 남 대표의 이번 사의 표명이 또 한 번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도 제기됐다. 대표이사에 취임한 직후인 지난 해 9월 있었던 사퇴 철회의 예가 있기 때문이다. 당시 남 대표는 구단주인 최문순 강원도지사와 마찰로 인해 사퇴의사를 표명했다가 이사진의 만류로 철회한 적이 있다. 이후로도 몇 차례 사퇴의사를 밝히며 줄다리기를 해왔던 남 대표인만큼 이번 역시 같지 않겠느냐는 시각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을 모양이다. 구단과 최 도지사 측에 사퇴의사를 표명한 남 대표의 의지가 확고하기 때문이다. 사퇴 철회와 대표이사직 복귀를 설득하기 위해 이송학 사무국장이 19일 직접 서울로 올라와 남 대표를 만났지만 성과는 없었다. 이 사무국장을 맞은 것은 "돌아가라"는 단호한 거절의 말 뿐이었다.
재정이 바닥나 자금 운용에 곤란을 겪고 있는 강원은 당장 눈 앞이 깜깜해졌다. 구단 프런트는 물론 선수단에 지급할 연봉을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해야하기 때문. 남 대표의 복귀가 쉽지 않아 보이는 가운데 강원은 구단 간부들과 사무국장을 중심으로 당장 닥친 자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논의를 거듭하고 있다.
남 대표의 사퇴 의지가 확고한 상황에서 최 도지사는 남 대표의 사표 수리 여부를 조만간 결정해야하는 상황에 놓였다. 사표만 수리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시즌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대표이사를 선임하거나 도지사 대행 체제로 구단을 운영해야 한다. 재정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강원의 상황에서 둘 모두 쉬운 대안은 아니다.
하지만 시즌 포기와 같은 극단적 선택은 없을 전망이다. 강원 구단 관계자는 시즌 초중반 심각한 재정 위기를 겪었던 인천·경남의 이야기를 곁들이며 "시도민구단 중 재정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구단이 얼마나 있겠나"고 애써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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