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김진우(29)는 두 개의 괴물을 갖고 있었다.
하나는 모든 야구인들이 부러워하는 하드웨어였다. 떡 벌어진 어깨, 190cm가까운 키는 마운드에서 위압적이었다. 150km짜리 직구를 마구 뿌렸고 폭포수 같은 커브로 타자들을 괴롭혔다. 2002년 고졸루키 김진우는 괴물이었고 신인으로 12승을 따냈고 탈삼진왕(177개)까지 올랐다.
그러나 마음 속의 괴물이 김진우를 괴롭혔다. 절제된 생활을 못했고 자꾸 탈선의 길로 샜다. 여러 명의 감독들이 그를 바로 잡기 위해 안간힘을 쏟았으나 모두 실패했다. 그의 볼은 점점 힘을 잃어갔다. 타자들도 더 이상 김진우를 무서워하지 않았다. 그리고 2007년 잠적했다.

3년이 지난 2010년 8월말. 그는 광주구장의 덕아웃 앞에서 선후배들 앞에서 머리를 숙였다. 몸은 만신창이였다. 살이 불어나면서 허리와 무릎 모두 체중을 견디지 못했다. 다시 10승 투수가 되는 것보다 볼을 과연 다시 던질 수 있느냐가 팬들의 관심사였다.
다시 2년이 지난 2012년 9월. 김진우는 팬들에게 응답했다. 20일 현재 21경기에 등판해 8승8패. 평균자책점 3.30. 퀄리티스타트 10회를 채웠다. 규정이닝을 채우면 방어율 9위의 기록. 더욱이 후반기에는 4승을 거두면서 평균자책점 1.54. 팀의 후반기 에이스였다. 이제는 마음의 괴물도 괴롭히지 않고 있다.
김진우는 지난 20일 광주 삼성전에 등판해 131개의 볼을 던졌다. 7⅓이닝을 2실점으로 막았다. 싱커(투심 패스트볼)가 149km를 찍었다. 삼성의 간판 이승엽을 상대로 131km짜리 고속 커브를 던져 꼼짝없는 스탠딩 삼진으로 돌려세우기도 했다. 비록 타선지원을 받지 못해 패전의 멍에를 짊어졌지만 10년 전 괴물의 본능을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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