립서비스 차원에서 나온 포스팅 금액이 아니다. 그리고 단순 스카우트가 온 것이 아니라 팀의 부단장급 고위관계자가 그를 보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류현진(25, 한화 이글스)에 대한 빅리그 구단들의 관심도가 사상 최대치에 이르렀다.
2006년 데뷔 이래 줄곧 한화의 에이스로 자리를 지켜온 류현진은 올 시즌 25경기 8승 9패 평균자책점 2.82(21일 현재)를 기록 중이다. 못 던진 것이 아니라 승운이 너무도 따르지 않아 8승에 그치고 있을 뿐 165⅔이닝 동안 탈삼진 191개로 독보적 1위를 달리고 있을 정도로 구위와 변화구 구사력은 여전히 위력적이다.
이미 2008 베이징 올림픽과 2009년 제2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을 통해 류현진의 활약상은 메이저리그 구단과 일본 구단에도 널리 알려졌다. 최근에는 이대호의 소속팀인 일본 퍼시픽리그 오릭스에서 류현진에 대한 러브콜을 보냈다. 그러나 선수 본인은 일본 무대보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더욱 바라고 있다.

올 시즌을 마치면 류현진은 7시즌을 충족, 포스팅시스템을 통한 해외 이적을 꿈꿀 수 있다. 최근 한 매체는 메이저리그 구단 아시아 지역 스카우트의 말을 빌어 “최대 1500만 달러의 포스팅금액을 제시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류현진에 대한 메이저리그 구단의 관심도가 적지 않음을 보도했다. 지난해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오클랜드 입단을 꾀했던 라쿠텐 우완 에이스 이와쿠마 히사시(시애틀)에 대한 입찰금액이 1900만 달러였음을 감안하면 류현진도 충분히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구단의 어느 위치에 있는 관계자가 왔느냐는 점이다. 대체로 국내 아마추어 유망주나 지난해 윤석민(KIA) 등의 경우는 아시아지역 스카우트가 지켜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류현진의 경우는 내셔널리그 모팀의 부단장급 운영팀장이 한국을 찾는 등 고위 관계자가 공을 직접 보기 위해 내한했다. 단 한 팀이 아니라 7~8개 구단의 고위 관계자들이다. 류현진에 대해 유무언의 관심을 나타내는 구단은 10구단 이상이다.
한 관계자는 “세계 청소년 선수권을 보기 위해 메이저리그 구단 고위 관계자들이 한국을 찾은 경우도 있다. 그러나 대회가 끝난 이후에도 다수의 관계자가 계속 한국에 머물러있는 이유는 류현진 때문이다”라고 귀띔했다. 부단장급 관계자들이 류현진을 지켜보고 있다는 점은 바로 ‘메이저리그에서 당장 선발로 뛸 수 있는 실력자’라는 판단이 서 있음을 의미한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국내 선수가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예는 없다. 지난해 9시즌 경과 FA였던 정대현(롯데)이 볼티모어와 2년 320만 달러의 계약 합의까지 이끌어내기도 했으나 아쉽게도 완벽한 계약 성립에는 실패한 바 있다. 류현진은 당시의 정대현처럼 완전 FA가 아니라 소속구단 한화에 포스팅 금액을 지불해야 하는 ‘제한적 FA’다.
“메이저리그 팀 3선발급”이라는 평가도 있었으나 만약 진출을 시도한다고 해도 연봉 계약에는 보장된 연봉보다 옵션의 비중이 크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 프로야구 출신으로 메이저리그에 직행해 마운드를 밟은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아시아 투수로서 천웨인(대만)의 올 시즌 성공도 있으나 와다 쓰요시(일본, 이상 볼티모어)의 팔꿈치 부상 시즌 아웃 전례도 있다. 그만큼 스토브리그에서 류현진의 몸값이 의외로 평가절하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구단 고위 관계자 다수가 직접 한국을 찾아 류현진을 예의주시한다는 점. 이는 그의 실력을 빅리그 팀들이 얼마나 높게 평가하고 있는 지 알 수 있게 한다. 급이 다른 류현진의 연말 진로가 어떻게 될 지 더욱 궁금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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