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동력 어떡하지’ 두산의 정체된 고민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9.21 07: 20

“이종욱, 정수빈 이후로는 잘 뛰는 선수가 없어 걱정이다. 양의지가 좋은 센스를 갖추고 있기는 하지만”.
한때 ‘발야구 원조’로 꼽혔던 팀이 올 시즌 내내 겪고 있는 고민이다. 허를 찌르는 베이스러닝을 통해 배터리를 압박하는 횟수가 점차 줄어 들다보니 병살타도 확실히 많다. 2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눈앞에 둔 두산 베어스의 고민이다.
올 시즌 두산은 13경기를 남겨둔 현재 62승 3무 55패(4위, 21일 현재)를 기록하며 5위 넥센과 6경기 차로 포스트시즌 진출 티켓을 사실상 손에 넣은 상태다. 더불어 2위 SK와 한 경기 반 차, 3위 롯데와 반 경기 차로 시즌 막판 연승 가도를 달린다면 2008년 이후 4년 만에 플레이오프 직행도 꿈꿀 수 있다.

예년과 다른 점은 선발진의 힘이 강해진 대신 공격력이 감소했다는 점. 올 시즌 두산은 팀 평균자책점 3.64(3위)에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총 74회(1위)로 선발투수들이 전체적으로 경기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팀 타율은 공동 4위(2할5푼9리)지만 출루율 최하위(3할2푼4리)에 장타율 7위(3할5푼4리)로 파괴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팀 홈런도 55개로 7위. 팀 홈런 최하위(48개) KIA와 함께 유이하게 두 자릿수 홈런 타자가 없는 두산이다.
김진욱 감독은 장타력 감퇴보다 전체적인 기동력이 떨어졌다는 점을 더욱 아쉬워했다. 올 시즌 두산의 팀 도루 수는 108개로 6위. 그러나 김 감독은 단순 도루 수가 아닌 창의적인 베이스러닝의 필요성에 대해 더욱 아쉬워했다. 허벅지 부상으로 2군에 내려간 지 한 달 이상이 된 고영민을 안타까워한 대목에서 그 아쉬움이 여실히 드러났다.
“대체로 3~7번 타순에서 뛰는 선수가 없다는 점이 안타깝다. 이종욱, 정수빈 이후로 흘러갔을 때는 막히는 감이 없지 않았다. 양의지가 느리기는 해도 타구 판단 능력이 좋기는 한데. 그래도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발야구를 하기에는 상황 자체가 여의치 않다. 최근에는 2번 타자로 손시헌이 나서고 있는데 손시헌은 그리 빠른 발을 갖추고 있지 않다. 3번 타자 김현수의 발은 느린 편이 아니지만 올 시즌 여러 잔부상으로 인해 공격적인 베이스러닝이 쉽지 않다. 최준석이나 윤석민, 양의지에게 평상시보다 한 베이스 더 가는 플레이를 바라는 것은 말 그대로 무리수다.
원래 발이 빠르지 않은 이원석도 최근 무릎 부상 여파로 주루가 더 어려워졌으며 지난해 도루왕 오재원도 무릎 부상으로 고생 중이다. 그나마 김재호, 임재철에게 바통이 이어져야 기대해 볼 수 있는 공격적 베이스러닝이다. 더욱이 준족인 이종욱의 출루율은 3할1푼5리, 정수빈의 출루율은 2할7푼5리에 그친다.
정진호, 김동한 등 현재 1군에 있는 2년차 선수들이 단독 도루 능력을 갖추고 있고 군 제대 후 올 시즌 1군에서 기회를 얻고 있는 최주환, 허경민도 주루 능력이 괜찮은 선수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아직 주전 선수들이 아니다. 전체적으로 주전 선수들의 몸 상태가 좋은 편이 아닌 데다 출루율 자체도 많이 떨어져 주루 능력이 경직되어 있는 두산의 올 시즌이다.
뛸 수 있는 선수들이 출루하면 그만큼 상대 배터리를 압박할 수 있으며 좀 더 쉽게 득점 루트를 개척할 수 있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 장타에 의존한 큰 스윙을 일관하다 결국 투수진에 좀 더 의존해야 하는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 두산의 올 시즌 만성적인 고민 중 하나는 바로 잃어버린 기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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