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끌어써!’, SK의 새로운 벌떼야구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2.09.21 06: 32

사라지는 듯 했던 SK의 ‘벌떼야구’가 부활하고 있다. 그런데 예전과는 조금 다른 의미다. 마운드가 아닌 야수 쪽에서 벌떼작전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SK는 최근 몇 년간 강력한 마운드의 힘으로 프로야구를 호령했다. 그 중심에는 양질 모두 최정상급인 중간계투요원들이 있었다. 상황에 따라 줄줄이 마운드에 오른 불펜투수들은 상대 타선을 효율적으로 무력화시켰다. 벌떼의 공습으로 대변되는 SK의 수 싸움에 상대팀 벤치의 머리도 어지러웠다.
그러나 올 시즌은 다르다. 마운드에서 예전만한 물량공세가 어려워졌다. 벌떼의 ‘여왕벌’ 정대현과 마당쇠 이승호는 나란히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부상자도 속출했다. 당장 오른손 불펜의 핵심인 엄정욱은 옆구리 부상으로 한 달 넘게 2군에 있다. 이 탓에 SK는 박희수와 정우람을 중심으로 어렵게 불펜을 끌어가고 있다. 그나마 두 선수의 몸 상태도 썩 좋지 않아 고민이 깊다.

반대로 야수 자원은 넘쳐난다. 엔트리가 확대된 9월 이후에는 이런 양상이 더 두드러진다. 이만수 SK 감독도 가진 자원을 최대한 활용 중이다. SK는 9월 이후 가진 12경기에서 총 170명의 야수를 투입했다. 경기당 14.2명이다. 18일 사직 롯데전에서는 야수 엔트리 18명 중 17명을 쓰기도 했다. 반대로 SK와 상대한 팀들은 평균 13.1명을 사용했다.
최근 SK 야수 라인업은 굳어있는 부분이 많지 않다. 특히 유격수와 좌익수 자리는 선발로 나서는 선수들의 얼굴이 거의 매일 바뀌고 있다. 타선도 마찬가지다. 톱타자 정근우와 클린업트리오(최정-이호준-박정권)을 제외하면 딱히 정해진 타순이 없다. 혼란스럽다고 볼 수도 있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잦은 대타 작전도 새로운 벌떼야구의 핵심이다. SK는 대타 자원들이 많다. 이재원 박재홍 안치용 모창민이 단골손님이고 정상호가 포수 마스크를 쓰는 날은 조인성도 꼬박꼬박 대타로 나서고 있다. 투입 시기도 빠르다. 승부처나 기회라고 판단할 때는 5회에도 대타 카드를 들이밀고 있다. 설사 실패하더라도 상대팀에게는 부담이다. 양승호 롯데 감독은 “대타가 나오면 우리도 투수를 바꿔야 하는데 결국 투수 하나를 소모하는 팀이 손해다”라고 이야기했다.
이 선수들이 출루할 경우는 어김없이 대주자가 나가고 실패할 경우는 대수비 요원이 투입된다. 김성현 최윤석 김재현 등이다. 자연스럽게 많은 야수들이 경기에 나설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돌려 이야기하면 그만큼 야수들의 기량이 고르다는 이야기가 된다. 언제 어느 상황에서 나서도 자기 몫은 해줄 수 있는 뜻이다. SK의 숨겨진 저력이자 9월 이후 상승세를 탈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이만수 SK 감독은 “부상자도 많았고 선수들의 과부하가 걸린 상황이었는데 확대 엔트리로 5명이 보강되면서 보탬이 됐다”라고 말했다. 실제 SK는 조동화가 가세하며 기동력과 작전수행능력이 좋아졌고 한 방이 있는 이재원과 모창민 카드로 상대 마운드를 압박하고 있다. 손에 쥔 패가 늘어난 SK다. 나쁠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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