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비약적인 발전이다.
한화가 발야구의 팀으로 거듭났다. 한용덕 감독대행 체제 17경기에서 무려 31개의 도루를 성공시켰다. 도루실패 10개까지 합하면 경기당 평균 도루 시도가 무려 2.41회. 작은 틈만 나면 다음 베이스를 노리는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로 상대를 괴롭히고 있다. 같은 기간 경기당 평균 득점도 4.12점으로 종전 3.94점보다 많아졌다.
한용덕 감독대행이 지휘봉을 잡기 전까지 한화는 105경기에서 도루가 총 67개밖에 되지 않았다. 경기당 평균 0.64개로 한용덕 체제 도루 1.82개보다 3배 가량 적었다. 도루 시도도 0.99회로 2.41회보다 떨어졌다. 심지어 도루 성공률도 64.4%에 불과했다. 한용덕 감독대행 체제에서는 도루 성공률도 75.6%로 크게 상승했다.

여기서 드는 의문이 하나 있다. 과연 한대화 전 감독 체제에서는 도루를 자제한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한대화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을 때에도 한화는 발 빠른 선수들에 그린라이트를 주고, 상황에 따라 도루 시도를 적극 권장했다. 그러나 시즌 초반부터 팀이 연패에 빠지고, 실패에 대한 부담이 커지며 선수들의 과감성이 떨어졌다. 기본적으로 발 빠른 선수들도 그리 많지 않았다. 하주석과 이학준 모두 1~2군을 오르내렸다.
하지만 한용덕 감독대행 체제에서 성적과 실패에 대한 부담을 지웠다. '죽어도 좋으니 과감하게 달려라'는 사인이 수시로 주어졌다. 한용덕 감독대행은 "우리는 안타 3개 치고도 득점을 못 올린 경우가 많았다. 확률이 50%만 되어도 적극적으로 뛸 것을 주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통 도루 성공률은 70% 이상이 되어야 가치가 있다고 하지만 한화는 절반의 성공률이라도 높은 가치를 부여했다.
두려움없는 주루는 몇몇 선수들에게 해당하는게 아니다. 한용덕 대행체제에서 한화는 무려 10명의 선수가 도루를 성공시켰다. 하주석(6개)·이학준(5개)·오재필(4개) 등 발 빠른 선수들 뿐만 아니라 오선진(4개)·최진행(3개)처럼 발 빠르지 않은 선수들도 과감하게 다음 베이스를 향해 뛰고 있다. "자꾸 도루 사인이 난다. 발이 빠르지 않지만 자꾸 뛰어 보니 어떤 타이밍에 뛰어야할지 알겠다"는 게 오선진의 말이다.
또 하나는 최만호 주루코치의 힘이다. 한용덕 감독대행은 "최만호 코치가 도루 타이밍을 잡고, 사인을 잘 내고 있다"고 귀띔했다. 최만호 코치는 "투수의 투구폼이 크거나 견제하기 어려운 타이밍에 도루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 발 빠르지 않은 선수라도 그런 타이밍을 잡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상대 배터리 허를 찌르는 도루가 많아진 것도 상대의 작은 틈을 노린 결과물이다.
하지만 가장 큰 건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부담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올해 8개의 도루와 함께 8개의 도루자가 있는 고동진은 "도루 실패가 많은데도 도루 사인이 계속 나고 있다. 실패해도 괜찮으니까 부담없이 달린다"고 말했다. 한용덕 대행은 "자꾸 뛰어봐야 요령과 자신감도 생긴다. 이제 선수들이 알아서 뛰고 있다"며 흐뭇해 했다. 이제 더 이상 한화는 쉬운 팀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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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