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진 “‘스탠바이’, 연기 스펙트럼 넓힌 작품” [인터뷰]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2.09.21 07: 41

배우 류진(임유진·40)이 MBC 시트콤 ‘스탠바이’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 이렇게까지 망가질 줄은 아무도 몰랐다. 훤칠한 키와 반듯하게 잘생긴 외모로 로맨스 드라마에서 ‘실장님’ 단골 배우였던 그가 어리바리한 아나운서 류진행으로 탈바꿈했을 때 시청자들은 배우 류진의 연기변신에 주목했다.
지난 4월 9일 첫 방송 이후 류진은 누구나 사랑에 빠지고 싶은 남자에서 인간미 넘치는 류진행으로 6개월여를 살았다. 현재 ‘스탠바이’는 종영까지 단 7회만 남은 상황. 지난 18일 이미 마지막 회까지 촬영을 마친 후 류진행에서 벗어날 준비를 하는 류진과 ‘스탠바이’를 떠나보내기 위해 수다를 떨었다.
류진이 보는 류진행은 다소 부족한 게 많아 연민까지 드는 인물. 덕분에 지금까지 했던 멋있는 남자에서 내려와 큰 변화를 줘야 했다. 그가 연기한 진행은 동전 하나가 없어서 쩔쩔 매고 화장실 굴욕을 당하는가 하면 집에서나 방송국에서나 구박을 받기나 일쑤인 인물이다.

사실 류진은 제작진과 진행이라는 인물이 어디까지 망가질지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했다. 기존에 했던 진지한 연기를 시트콤에서 유지한 채 살짝 웃긴 요소를 가미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류진은 정공법대로 망가지는 것을 선택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번 작품에서도 혼자 진지한 모습을 보여줘서 웃기려고 했다면 그동안 제가 했던 연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겁니다. 어떻게 보면 류진행은 지금까지 했던 연기에서 180도 변화된 느낌입니다. 신세계를 경험했죠.”
‘스탠바이’는 3~4%의 낮은 시청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동시간대 방송된 KBS 2TV ‘선녀가 필요해’, ‘닥치고 패밀리’ 역시 시청률에서 부진하며 지상파 방송 시트콤이 모두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류진은 “처음에는 우리 작품이 잘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하지만 나중에는 누구라도 잘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트콤이 다 안되니까 연기를 하는 입장에서 시청자들이 시트콤을 봐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작품에 대한 애착을 보였다.
그는 비록 시청률은 낮았지만 류진행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노력했다. 제작진과 끊임없이 캐릭터에 대해 논의하고 아내를 통해 시청자들의 반응을 접하는 등 머리를 싸맸다.
그 결과 시청률보다 값진 친근한 배우라는 인식을 얻었다. 로맨스 드라마를 많이 한 까닭에 젊은 여성들은 물론이고 중년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은 류진은 이번 작품 덕에 어린 친구들까지 팬으로 섭렵했다.
1996년 SBS 6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류진은 연기라는 한우물을 17년을 팠다. 그동안 수많은 작품에서 류진만의 색깔을 덧칠했지만 시트콤을 적응하기는 쉽지 않았다.
“시트콤은 순발력과 재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어요. 시트콤이 애드리브로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을 많이 하시는데 90% 이상이 대본이에요. 드라마는 가끔 대사가 생각이 안 나도 잠시 고민을 해도 어색하지 않은데 시트콤은 어색하지 않게 대사를 계속 쳐야 하는 어려움이 있더라고요.”
류진은 ‘스탠바이’ 덕분에 연기 스펙트럼이 넓어진 것 같다고 했다. 웃겼다가 울리기도 하는 시트콤의 특성상 감정변화가 심한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좀 더 다양한 연기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예전에는 슬픈 연기를 하다가 갑자기 밝은 모습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 했었는데 이제는 그런 고민거리에서 벗어났어요. 류진이라는 배우가 진지한 연기만 하는 게 아니라는 것만 보여준 것으로도 앞으로 연기를 하는데 있어서 굉장한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얼굴관리 안하냐는 쓴소리, 어쩔 수 없는데...
 
류진은 중견배우라고 불러도 어색하지 않을 40대. 워낙 동안인 까닭에 30대로 보이지만 그래도 일부 시청자들의 쓴소리는 피할 수 없었다.
“이제는 조명에 따라서 얼굴이 늙어보였다 젊어보였다 하는 나이더라고요.(웃음). 이번에 임시완 씨, 고경표 씨 등 어린 친구들과 연기를 하다보니까 더욱 그렇게 보이는 것 같아요. 임시완 씨 팬들은 인터넷에 정말 아빠 같다고, 시완 씨를 잘 챙겨주셔서 감사하다고 이야기를 해주시더라고요.(웃음)”
류진은 아직까지 젊게 보이기 위해 시술의 도움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물론 기본적인 피부관리는 받지만 자연스러운 주름을 유지하고 있는 것.
그는 “보톡스를 맞는 것도 무서워서 안하고 여태까지 버텼다”면서도 “누군가가 나에게 관리 안하냐고 하시면 노력을 안 하는 배우 같아서 속상할 때가 있다. 나이가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귀엽게 항변했다.
류진은 극중 아들로 나온 임시완과 많은 대화를 하면서 친분을 쌓았다. 평소 예의가 몸에 밴 임시완과 장난스럽게 농담도 주고받으면서 친한 선후배 사이가 됐다.
“시완 씨가 연기 욕심도 많고 생각이 깊은 친구더라고요. 얼마 전에도 밤에 따로 만나 연기에 대해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앞으로 자신이 어떤 방향으로 연기를 해야할 지 고민을 많이 하기에 조언을 해줬습니다. 앞으로 정말 훌륭한 연기자가 될 것이라 믿어요.”
‘스탠바이’ 촬영을 끝낸 류진은 이제 다시 정극으로 돌아올 준비를 하고 있다. 워낙 쉬지 않고 끊임없이 대중과 소통하는 배우이기에 조만간 새로운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찾을 예정이다. 쉼 없이 달려온 까닭에 주위에서는 좀 쉬라고 조언을 하나 좋은 작품이 있다면 마다할 생각이 없단다. 진행이라는 웃기면서도 불쌍한 캐릭터로 시트콤 나들이를 끝낸 류진의 행보가 사뭇 궁금하다.
jmpyo@osen.co.kr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