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덕, "우리 선수들의 능력, 이렇게 좋을 줄이야"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9.22 07: 16

"이제는 가까이에서도 좋은 선수를 찾아야겠다".
한화가 시즌 막판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이미 4강 진출 가능성은 소멸됐고, 탈꼴찌도 자력으로는 힘들다. 하지만 한용덕 감독대행 체제 18경기에서 12승6패 승률 6할6푼7리로 대약진하고 있다. 아무리 시즌 막판 순위가 굳어진 시점이라고 해도 경기내용이 매우 좋다. 8월까지 헤매던 그 팀이 맞는가 싶을 정도. 달라져도 너무 달라졌다.
지난달 28일부터 지휘봉 물려받은 한용덕 감독대행은 요즘 경기 중 깜짝 깜짝 놀란다. 한용덕 대행은 "생각한 것보다 선수들이 훨씬 잘해주고 있다. 나도 깜짝 놀랄 때가 많다. 이제 뭐라하지 않아도 본인들이 알아서 한다.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활개치고 있다. 나는 그저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맘껏 할 수 있도록 도와줄 뿐이다. 어차피 야구는 선수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의 가장 달라진 부분이 바로 빨라진 기동력이다. 한용덕 대행 체제 18경기에서 무려 33개의 도루를 성공시켰다. 경기당 평균 1.83도루. 도루 실패 10개까지 포함하면 경기당 평균 2.4개의 도루를 시도하며 상대를 괴롭히고 있다. 종전 105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0.64개의 도루에 시도도 평균 0.99개밖에 되지 않았다. 도루성공률도 64.4%에서 76.7%로 크게 상승했다.
한용덕 대행은 "우리는 원래 느림보 팀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뛰고 있다. 최진행도 스타트만 잘 되면 도루 성공률이 높다. 그렇게 발이 빠른 줄은 몰랐다"며 웃은 뒤 "도루도 도루이지만 전체적으로 베이스러닝 센스가 좋아졌다. (20일 잠실 LG전) 오선진도 2루에서 3루로 갈 때 페인팅 동작으로 상대를 속이더라. 예전에는 쉽게 할 수 없었던 플레이를 이제는 두려움 없이 하고 있다. 스스로 하고 있다는 게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21일 대전 넥센전은 달라진 한화의 진면목을 보여준 한판이었다. 4-4로 맞선 9회말 1사 만루. 한화 벤치는 신인 타자 하주석에게 초구에 스퀴즈 번트 사인을 냈고, 하주석은 침착하게 3루수와 투수 사이에 스핀이 먹힌 절묘한 번트를 댔다. 번트도 잘 댔지만 이미 스타트를 끊고 홈으로 전력질주한 3루 주자 김경언의 베이스러닝도 훌륭헀다. 넥센 수비는 홈으로도 1루로도 제대로 송구하지 못한 채 당했다. 한화가 스퀴즈 번트로 이길 줄 누가 알았을까.
한용덕 대행은 "우리 선수들의 능력이 이 정도로 좋을 줄은 몰랐다"며 "그 전에는 남의 팀 선수들이 좋게 보였는데 우리팀에도 좋은 선수들이 많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있다. 이제 가까이에서도 좋은 선수들을 찾아야겠다"는 말로 흐뭇함을 감추지 못했다.
멀어져보였던 탈꼴찌도 가시권이다. 7위 LG와의 격차도 2.5경기로 좁혀졌다. 잔여 12경기에서 충분히 뒤집을 수 있는 차이. 하지만 한용덕 대행은 "탈꼴찌를 하면 좋겠지만 무리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보다는 과감한 시도와 실패가 있기에 성공도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 선수들이 자신있게 플레이하며 자신들이 갖고 있는 능력을 알아가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고 말했다. 역동적이고 혁신적인 컬러로 변화하고 있는 한화의 미래가 점점 더 기대된다.
waw@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