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갑-한용덕, 감독대행들의 해후와 고충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9.22 10: 10

감독대행의 고충은 감독대행이 잘 안다.
지난 21일 대전구장에서 '감독대행 매치'가 벌어졌다. 한화-넥센의 시즌 17차전은 두 팀 모두 감독대행 체제에서 벌이는 첫 대결이라 관심을 모았다. 한화가 지난달 28일 한대화 전 감독의 사퇴 이후 한용덕 감독대행 체제 전환했고 그로부터 3주도 되지 않은 지난 17일 넥센도 김시진 전 감독을 경질하며 김성갑 대행체제로 남은 시즌을 치르고 있다. 
이미 4강 진출이 물 건너간 상황이지만 한화와 넥센 모두 감독대행 체제에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한화는 한용덕 감독대행 체제 18경기에서 12승6패로 고공 비행하고 있고, 넥센은 김성갑 감독대행 체제에서 3연승 이후 이날 한화에 4-5 끝내기 패배로 덜미를 잡히며 첫 패배를 당했다. 잔여 시즌이 얼마 안 남았지만, 두 감독대행 모두 무너진 팀을 잘 추스르고 있다.

지난 1987~1990년 빙그레에서 4년간 한솥밥을 먹은 김성갑 대행과 한용덕 대행은 이날 경기에서 처음 대행 직함을 달고 해후했다. 후배 한 대행이 인사차 먼저 찾았고, 선배 김 대행이 반갑게 맞이하며 원정 감독실에 들어가 그들만의 대화를 나눴다.
김 대행은 "한 대행과 오랜만에 그라운드에서 만났다. 그간 서로의 보직이 달랐고, 그라운드에서는 직접적으로 만나고 이야기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또 감독대행이 돼 만나니 기분이 어색하더라"며 "그렇게 깊은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서로 언제 구단으로부터 감독대행 연락을 받았는지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두 사람은 빙그 시절 함께 한 인연이 있어서인지 편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한 대행은 "빙그레에서 함께 할 때 김성갑 선배가 방으로 많이 불러 운동을 시키고 했다"며 "어릴 적 유이도 많이 봤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가수 겸 연기자 유이는 김성갑 대행의 딸. 김 대행이 빙그레에서 뛰던 1988년 대전에서 태어났고, 한 대행도 유이의 어린 시절을 지켜봤다.
같은 감독대행으로서 고충도 함께 나눴다. 김성갑 대행은 "모두 쉽지 않은 상황에 갑자기 팀을 맡게 됐다. 나도 놀랐지만, 한 대행도 놀랐다고 하더라. 대행으로서 시즌을 조용히 잘 마무리하는 게 임무가 아닌가 싶다"며 "나는 임시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한 대행은 대전이 고향이니 (정식감독도) 기대해 볼만하다"고 덕담을 건넸다. 한용덕 대행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선수들이 알아서 잘해주고 있어 고맙다"고 말을 아꼈다.
지난해까지 30년간 프로야구에서 감독대행 체제는 모두 35차례 있었다. 그 중 정식감독으로 승격된 사례는 11차례. 확률적으로 31.4%였다. 정식감독이 되지 못한 대다수 감독대행들은 새로운 감독의 등장과 함께 팀을 떠나야 했다. 불안정한 위치에서 난파된 팀 분위기를 수습하고, 미래 가치를 발견해야 하는 어려운 자리가 바로 감독대행이다. 김성갑 대행과 한용덕 대행 모두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성적과 가능성을 동시에 잡고 있다. 과연 시즌 후 '대행' 꼬리표 떼고, 정식감독 자리에 오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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