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김상현의 31이닝 무득점 탈출기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2.09.22 09: 02

"그래도 좀 낫네".
갑자기 KIA 톱타자 이용규가 맹장염 수술을 받았다. 3할타자 김원섭은 간수치가 높아져 빠졌다. 22일 가장 잘 치던 두 타자가 빠지자 선동렬 감독은 김상현을 급하게 호출했다. 그때 김상현은 함평구장에서 SK와 퓨처스리그 경기에서 타석에 들어서고 있었다
첫 타석에서 중월 2루타를 날려 감을 잡았다. 두 번째 타석은 좌익수 플라이. 갑자기 박철우 2군 총괄코치에게서 광주로 올라가라는 지시가 나왔다. 부리나케 짐을 꾸려 광주로 이동했다. 원래 다음주에 합류하기로 했는데  갑작스러운 부름에 마음도 바빠졌다. 옆에는 신종길이 함께였다.

오후 4시쯤 광주구장에 도착했다. 김상현은 이렇게 돌아왔고 6시30분부터 경기에 투입됐다. 지명 3번타자였다. 하루에 두 탕을 뛰는 꼴이었다. 급하게 올라오다보니 몸이 굳었을까. 1회  첫 타석은 내야 플라이. 3회 2사3루 득점찬스에서는 2루 땅볼에 그쳤다.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역시 1군 투수의 볼은 틀렸다.
그래도 뚝심은 있었다. 6회말 박기남이 안타로 출루하자 삼성 선발 윤성환을 상대로 가운데 그린몬스터를 맞히는 중월 2루타를 날려 주자를 홈에 불러들였다. 31이닝 연속 무득점이라는 악몽의 터널을 빠져나오는 순간이었다.
모처럼 장타가 나오자 관중석에서 박수소리가 들렸다. 이범호, 최희섭, 김상현의 부재와 함께 빚어진 장타력 부재, 찬스에서 침묵, 기회를 받고 있는 백업타자들을 상대투수들의 변화구에 맥을 추지 못했다. 무력한 팀 분위기까지 더해져 31이닝 무득점의 수모를 당했다. 겨우 김상현이 돌아와 사슬을 끊은 것이었다.
김상현은 부상의 연속이었다. 시즌 개막전에서 왼손 손바닥 골절상을 입고 장기결장했다. 7월12일 복귀했으나 오른쪽 무릎 연골판 손상으로 다시 엔트리에서 빠졌다. 이범호, 최희섭과 함께 이번 시즌 4강 탈락의 이유를 제공했다. 겨우 몸을 추스려 뒤늦게 돌아왔지만 팀의 패배를 막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그는 이런 말을 들었다. "그래도 김상현이 있으니 좀 낫네. 모처럼 멀리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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