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초 서로 열심히 할 것을 다짐했던 사이좋은 룸메이트 두 명이 겹경사를 눈앞에 두고 있다.
넥센 히어로즈의 4번타자 박병호(26)와 주전 2루수 서건창(23)은 1월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때부터 일본 가고시마 2차 캠프 때까지 함께 방을 썼다. LG 시절부터 서로를 잘 알고 있던 두 사람은 애리조나 구장 옆 호텔 322호실에서 함께 생활하고 훈련하며 서로를 북돋아줬다.
지난해 먼저 넥센에 와 거포 가능성을 보인 박병호가 신고선수에서 갓 정식선수로 등록된 서건창을 이끌었다. 박병호는 당시 인터뷰에서 "나도 절박한 심정으로 이 팀에 왔다. 운좋게 기회가 많이 주어지면서 많은 것을 보여드릴 수 있었다. 건창이도 정말 절실한 선수기 때문에 기회를 잡으면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후배를 소개했다.

그리고 올 시즌 룸메이트 두 명이 사이좋게 승승장구를 거듭했다. 개막 엔트리에 진입한 서건창은 개막전에서 결승타를 때려내며 주목받았고, 이후 한 번도 빠짐없이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서건창은 올 시즌 3루타 10개(1위), 도루 37개(2위), 타율 2할8푼, 결승타 7개(팀내 1위) 등의 맹활약으로 신인왕 수상이 유력하다. 2루수 골든글러브도 노려볼 만 하다.
박병호는 풀타임 첫 해에 기록을 쓰고 있는 중이다. 지난 21일 대전 한화전에서 4타수 3안타(1홈런) 3타점을 기록한 박병호는 시즌 첫 번째이자 역대 40번째로 30홈런-100타점을 올리며 리그 최고의 4번타자로 자리매김했다. 도루 3개만 추가하면 역대 35번째 20홈런-20도루다. 올 시즌 유일하게 전 경기 선발 출장 기록도 이어가고 있다. 박병호는 1루수 골든글러브를 넘어 시즌 MVP를 두고 팀내 브랜든 나이트(37)와 겨루고 있다.
팀은 21일 기준 4위 두산과 7경기 벌어진 5위로 쳐져 있어 포스트시즌 가능성이 희박해진 상태지만 박병호와 서건창은 개인 타이틀을 위해 순항하고 있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현재의 위치까지 온 두 선수가 사이좋게 '룸메이트의 기적'을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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