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까지 품었다. 절절한 멜로, 남성미 물씬 풍기는 시대극, 현란한 액션 그리고 이제는 사극까지 배우 이병헌이 못하는 건 도대체 뭘까.
이병헌 주연 영화 '광해: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가 개봉 9일 만에 250만(영진위 기준)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며 국내 극장가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심지어 개봉 2주차에 접어들었음에도 2.4%라는 압도적인 실시간 예매율도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이병헌의 첫 사극 도전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눈길도 적지 않았다. 아무리 연기를 잘하는 배우일지라도 익숙지 않은 사극 말투에 쓴 맛을 봐야 했던 경우도 허다했기 때문. 게다가 첫 사극 도전에 1인 2역이라는 쉽지 않은 연기까지 더해졌으니 '과연 이병헌이 해낼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있었던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역시 기우는 기우일뿐. 독살 위기에 처한 광해군과 그를 대신해 왕의 대역 노릇을 하는 천민 하선을 연기한 이병헌은 두 인물의 특징을 정확하게 표현해내며 자연스러운 사극 연기로 극장을 찾는 관객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특히 광해군으로서 신하를 대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그의 모습과 하선으로서 웃음을 유발하는 코믹한 대사를 하는 두 가지의 모습은 사극 말투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그동안 보지 못했던 이병헌의 색다른 모습을 스크린에서 펼쳐냈다.
그동안 이병헌은 수많은 작품과 다양한 장르물을 통해 탄탄한 연기력을 보여왔다.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에서는 절절한 사랑연기로 관객들의 눈도장을 찍었으며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선 무자비한 인물로 분해 서부극도 소화해냈다. 어디 이뿐이랴. 할리우드 영화 '지.아이.조'에선 갈고 닦은 액션 실력을 마음껏 뽐냈으며 '달콤한 인생'으로 느와르 장르까지 섭렵했다.
그런 그가 이제는 사극까지 품었다. 얼굴엔 수염을 붙이고 머리는 상투를 틀은 채 위엄있게 앉아있는 이병헌의 모습이 이제는 너무나 익숙하다. 도무지 한계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이병헌의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주목되는 시점이다.
trio88@osen.co.kr
'광해'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