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돼서 차도 안 마시고 왔는데 그럼".
신태용(42) 감독의 너스레에는 두 가지 상반된 심경이 묻어났다. K리그에서 처음으로 맞붙는 '스승' 김학범 감독과 대결에 대한 부담감과 그룹 B에서 성사된 맞대결 자체에 대한 씁쓸함이다.
성남 일화는 22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32라운드 강원FC와 경기를 치렀다. 이날 경기는 여러 가지 면에서 K리그 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남종현 강원 대표이사가 갑작스런 사퇴를 선언한 후 첫 경기인데다 성남 시절 스승과 제자로 한솥밥을 먹었던 김학범 감독과 신태용 감독의 첫 맞대결이기 때문이었다.

두 감독 모두 "승부의 세계에 양보는 없다"고 못을 박았다. 당연한 일이다. 강등권 탈출과 자존심 유지라는 목표는 서로 다르지만 승리가 더할 나위 없이 간절한 두 팀이다. 사제지간 나누었던 정은 잠시 접어둬야할 때다.
경기 전 만난 신 감독은 "원래 감독이라는 자리가 여기저기 팀을 옮겨다니는 자리 아닌가"라며 "김 감독님도 우리 팀에 대해 나쁜 소리는 안하셨을 것"이라고 웃었다.
신 감독에게 있어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성남에서 K리그 우승·준우승 및 컵대회 준우승으로 '황금시대'를 이끈 김 감독과 맞대결이 부담스럽진 않을까. 신 감독은 취재진의 질문에 "부담돼서 차도 안마시고 왔는데 그럼"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신 감독은 경기 하루 전날인 21일 강원에 도착해 김 감독과 먼저 만남을 가졌다. 두 시간 가까이 이어진 자리에서 두 감독은 첫 맞대결에 대한 소회와 팀을 이끌며 느끼는 여러 가지 고충을 진솔하게 나눴다. 킥오프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 누릴 수 있는 여유였다.
사실 신 감독은 이번 시즌 김 감독이 이끄는 강원과 맞대결이 성사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하고 있었다. 상위 그룹인 그룹 A 잔류를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진에 빠지며 졸지에 그룹 B로 떨어진 신 감독은 이번 맞대결을 두고 복잡한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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