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악몽은 끝났다. 큰 무대에 약하다는 징크스를 안고 살았던 CJ 에이스 '불사조' 김정우(21)가 그간 심적 부담을 한 방에 떨쳐버리며 팀의 창단 첫 우승을 견인했다.
김정우는 2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D홀 특설무대에서 열린 'SK플래닛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 2012' 시즌2 삼성전자와 결승전서 후반전 1-1로 상황에 출전해 스타리그 2회 우승자인 '올마이티' 허영무를 숨막히는 난타전 끝에 잡아내며 팀의 비원이었던 우승을 견인하는 주인공이 됐다.
결승전 MVP도 함께 거머쥐었다. 시즌 내내 스타크래프트2 프로토스전을 단 한 번 이기지 못하다가 최후의 무대인 결승전서 천금같은 끝내기를 해내며 유효표 17표 중 과반수가 넘는 11표를 획득했다.

아울러 지난 2년간 자신에게도 따라다니던 유쾌하지 못했던 꼬리표를 제거하는데 성공했다. 김정우의 포스트시즌 통산 전적은 이날 경기 전까지 10승 9패로 평범하지만 지난 2년간 성적은 4승 5패로 에이스로써는 부족한 성적을 냈다. 특히 신한은행 프로리그 09-10시즌 6강 PO SK텔레콤전과 SK플래닛 스타크래프트1 프로리그 시즌1 당시는 패배의 주역으로 거론될 정도로 극도로 부진했었다.
하지만 이번 포스트시즌을 앞두고는 "이번 포스트시즌은 정말 내 모든 걸 걸고서 나설 생각이다. 지난 2년간 마음 한구석을 답답하게 했던 오명을 이번에는 깔끔하게 털어내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플레이오프를 1승 1패의 비교적 무난한 성적으로 마무리한 그는 결승전서 자신의 의지가 결코 허언이 아님을 입증시켰다. 스타크2 프로토스전 성적이 9전 9패로 암울한 상황에서도 마인드 뿐만 아니라 경기력에서도 달라졌다는 점을 보여줬다.
초반 허영무의 불사조-광전사 압박을 별다른 피해없이 끊어내면서 고비를 잘 넘겼다. 허영무가 거신 체제까지 성공적으로 넘어가고, 바퀴로 시도했던 첫 진출이 막히기는 했지만 8가스 체제를 지키면서 흐름을 이어나아갔다.
허영무가 다수의 거신을 앞세운 강력한 한 방 조합으로 타격에 들어온 상황에서 흔들리지 않고 거신을 솎아내면서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기회를 잡자, 에이스의 본색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감염충과 바퀴로 조합된 한 방 병력으로 허영무의 자원줄을 하나 하나 차례대로 끊어냈다. 허영무가 모선으로 방어에 나섰지만 난타전 끝에 모선을 추락시키면서 사실상 승부의 쐐기를 박았다.
경기 후 우승 인터뷰에서 김정우는 "이번 결승전에서 정말 프로토스전 준비를 많이 했다. 평소 프로토스전이 자신있었지만 방송 경기에서는 좋지 못했다. 오늘 경기에서도 실수하면서 긴장하기도 했다. 코치님들하고 감독님께서 평소 해주셨던 조언을 기억해내면서 마지막까지 임했다. 상대가 GG를 치는 순간 이겼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한 뒤 "이제 부족한 프로토스전 실력은 김준호 선수와 연습을 하면서 끌어올릴 생각이다. 앞으로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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