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종합운동장은 조용했다. 홈 경기에도 불구하고 너무 조용한 것이 흠일 정도였다.
강원FC는 22일 성남 일화와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32라운드 경기를 치렀다. 결과는 0-1 패배. 김학범 강원 감독과 신태용 성남 감독의 올 시즌 첫 사제대결이 펼쳐진 이날 경기는 강원이 남종현 대표이사의 갑작스런 사퇴 이후 치르는 첫 경기이기도 했다.
거구의 남 대표이사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벌떡 일어서 손수 강원을 외치며 응원을 주도하는 모습은 하나의 볼거리였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더 이상 그런 남 대표이사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평소보다 훨씬 적은 수의 관중이 든 강릉종합운동장은 조용하기만 했다.

하지만 정작 강원은 내환으로 불거진 소음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 분위기였다. 경기 전 만난 김학범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따로 연락한 것도, 받은 것도 없었다"는 김 감독은 "경기에만 집중하면 된다"고 못을 박았다. 여러 가지 소음에 시달리는만큼 걱정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러나 자신을 불러들인 대표이사의 갑작스런 퇴진보다 부진한 성적에 대한 걱정이 더 큰 탓이었다.
당장 김 감독의 눈 앞에 닥친 과제는 성적을 올리는 것이다. 김 감독은 "선수단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고 거듭 강조했다. "물론 자기들도 나름대로 속앓이가 있을 것이다. 다들 생각하는 것이 있지 없겠느냐"고 털어놓은 김 감독은 "그만큼 선수들에게 고맙다"며 팀을 추스려 승리를 위해 뛰겠다는 마음을 전했다.
강원 구단 관계자 역시 "지난 시즌부터 워낙 많은 일을 겪다보니 이제 어지간한 일로는 동요하지 않게 됐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하도 다사다난했던터라 이제 '고난'에 면역이 됐다는 것.
다혈질이었던 남 대표이사의 잇따른 '사퇴 해프닝'도 덤덤한 분위기를 만드는데 일조했다. 구단주인 최문순 강원도지사와 마찰을 일으키며 처음으로 사퇴 의사를 표명했던 지난 9월 이후로도 몇 차례에 걸쳐 남 대표이사의 사퇴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이다.
오히려 강원은 "정작 우리는 괜찮은데 밖에서 더 시끄러운 것 같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것이 진심이든 혹은 사태를 무마하기 위한 방편이든, 남 대표이사가 없는 강원의 첫 경기는 그렇게 조용하게 치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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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F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