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이 좋으면 다 잘 풀릴 일인데…".
강원FC는 22일 성남 일화와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32라운드 경기를 치렀다. 김학범 강원 감독과 신태용 성남 감독의 올 시즌 첫 사제대결이 펼쳐진 이날 경기는 강원이 남종현 대표이사의 갑작스런 사퇴 이후 치르는 첫 경기이기도 했다.
남 대표이사의 사퇴로 분위기가 뒤숭숭할 것이라는 예측은 절반만 맞고 절반은 틀렸다. 강릉종합운동장에 드리워진 우울한 분위기는 남 대표이사 때문이 아니라 지독한 성적 부진 때문이었다.

이날 경기가 열린 강릉종합운동장은 조용했다. 감독과 코치들이 그라운드 위의 선수들에게 지시하는 소리가 기자석에서 들릴 정도였다. 평소 관중 수에 한참을 못 미치는 1446명의 관중만이 자리를 지켰기 때문이다. 수는 적지만 열정적이기로 소문난 강원 서포터스 '나르샤'의 응원소리도 한없이 작기만 했다. 결국 이날도 강원은 성남에 0-1로 패했다.
지난 시즌부터 이어진 성적 부진은 팬들의 마음을 상처투성이로 만들었다. 이날 나르샤는 '구단도 절박하지! 우리는 더 절박하다!!'는 걸개를 내걸었다. 2년 연속 리그 최하위라는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은 외풍보다 심각하게 다가왔다. 올 시즌부터 시작되는 스플릿 시스템의 첫 번째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우울한 걱정이 강원을 뒤덮었다.
지역민들의 마음은 이미 멀어졌다. 강원FC의 열렬한 팬이라는 한 택시기사는 남 대표이사 사퇴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었다. "잘 모르지만 신문 보니까 혼자만의 문제는 아닌 것 아니냐"며 되물은 그는 "그보다 팀 성적이 너무 안 좋아서 문제다. 경기장을 가고 싶은 마음이 안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남 대표이사 사퇴로 "힘겨운 부분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부분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없다"고 못박은 김학범 감독 역시 마찬가지였다. 김 감독은 "밖에서 더 소란스럽다. 사실 성적이 좋으면 다 잘 풀릴 일"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현재 강원은 7승4무21패(승점 25)로 리그 최하위인 16위에 머물러 있다. 부전승으로 치러질 상주와 경기를 제외하고 스플릿 라운드에서 단 10경기만을 남겨놓고 있는 상황. 강제 강등이 확정된 상주와 함께 2부리그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남은 10경기 동안 '반전 드라마'를 써야한다.
김 감독도 선수들도, 그리고 구단도 어떻게든 강등만은 피해야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쉽지 않은 임무다. 여전히 미드필더진은 얇고 둔한 수비라인은 다른 팀의 공략대상 1호로 여겨진다. 외국인 선수를 보강하며 공격력을 강화했지만 아쉬운 1점차 패배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밖에서 보는 강원의 위기는 남 대표이사의 사퇴로 불거진 구단 전체적인 문제다. 하지만 안에서 느끼는 위기감은 성적으로 인한 부분이 더 크다.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1446명의 관중이 든 강릉종합운동장의 휑한 풍경이 증명하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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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F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