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기 첫 승' 신태용, 상처받은 자존심 '힐링' 시동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2.09.23 07: 02

"후반기 14경기 중 10승 이상 하겠다".
신태용(42) 감독은 요즘 속이 말이 아니다. 위장약을 달고 산다. 얼굴도 부쩍 야위었다. 본인은 여전히 "해피하다"고 하지만 상처받은 자존심은 쉽게 아물지 않았다.
'명가' 성남 일화는 올 시즌 후반기를 그룹 B에서 보내게 됐다. 시즌 초반 스플릿 시스템 상위 그룹인 그룹 A 상위권에서 우승을 두고 다툴 1순위 후보로 거론됐던 성남이 부진을 거듭한 끝에 하위 그룹에서 시즌을 마감하게 된 것.

야심차게 올 시즌 우승을 꿈꿨던 신 감독의 심경은 참담했다. 지난 2009년 성남에 부임한 이후 첫 해 K리그 준우승과 FA컵 준우승을 일궈낸 신 감독은 이후로도 승승장구를 거듭해왔다. 신 감독은 2010년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2011년 FA컵 우승을 연달아 만들어내며 명가의 자존심을 지켜냈다.
하지만 그 자존심이 올 시즌 여지없이 무너졌다. 시즌 초반부터 팀이 흔들렸다. 야심차게 영입한 외국인 선수들이 부진했고 지독한 골대 불운은 유독 성남을 집요하게 괴롭혔다. 그 결과는 정규리그 11위. AFC 챔피언스리그와 FA컵도 일찌감치 탈락해 우승의 꿈은 모두 무산됐다.
명가를 이끌어온 '여우'의 자존심에 상처가 났다. 들끓는 속을 어떻게 달래야할지 몰랐다. 신 감독은 자존심 회복을 위해 후반기 스플릿 라운드를 초토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강원 원정경기가 있던 22일 만난 신 감독은 "14경기 중 10승 이상은 하겠다"고 단단히 못을 박았다.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후반기 전승도 생각했던 신 감독이다. 하지만 스플릿 라운드 첫 경기서 대전에 덜미를 잡히며 또 한 번 이를 갈아야했다. 정규리그 내내 성남을 괴롭혔던 골 결정력이 문제가 됐다.
신 감독은 "(대전전 패배가)충격요법이 됐다. 선수들도 다시 분위기 추스르고 잘 하고 있다"며 '힐링'을 위한 시동을 걸었다. 정규리그와 달리 경기와 경기 사이 여유가 있는만큼 상대에 대한 분석도 철저히 했다. 강원전을 준비하며 플레이를 연구하고 '성남의 축구'를 보여주기 위해 골몰했다.
결국 성남은 22일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32라운드 경기에서 홈팀 강원을 1-0으로 물리치며 스플릿 라운드 첫 승을 거뒀다. 골 결정력 부족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지만 절실했던 승리를 거머쥐며 반전의 기회를 잡은 셈이다. 상처받은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한 신 감독의 힐링은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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