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임무를 주시든 즐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전체 흐름을 한 번에 바꿔 놓을 수 있는 조커.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FC 서울에는 스피드와 경험을 겸비한 측면 미드필더 한 명이 그 역할을 해내고 있다. 중원은 물론 최전방에서도 무게감을 배가시키고 있는 윙어 최태욱(31)이 그 주인공이다.
최태욱은 22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포항과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32라운드 홈경기에 전반 35분 교체 투입돼 팀의 3-2 역전승을 이끌었다. 2006년과 2007년 몸 담았던 친정팀 포항을 상대로 제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30라운드까지는 주로 선발 주축이었던 최태욱이었다. 그러나 8월 18일 수원전부터 후반 교체 요원으로 뛰고 있는 최태욱이다. 이날 경기를 포함 5경기 연속 선발 제외다. 대신 꼬박꼬박 후반에 투입됐다. 최태욱은 이날 처음으로 전반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경기의 중요성은 상당했다. 서울이 스플릿 리그 A그룹 선두를 달리고 있긴 했지만 전북의 추격을 무시할 수 없었다. 실제 이날 패했을 경우 서울은 전북에 승점 2점차로 쫓길 수 있었다.
더구나 상대는 포항이었다. 포항은 서울 상대로 최근 5경기에서 1무 4패를 기록, 승리를 챙기지 못하고 있었다. 더구나 서울 원정경기에서는 8경기 연속 무승(1무 7패)이었다. 하지만 최근 5경기 연속 승리로 승승장구하던 포항이었다.
황선홍 포항 감독은 "판도를 흔들어보겠다"면서 "좋은 흐름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꾸준하고 끈끈하게 가도로 유도하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실제 아사모아가 얻어낸 패널티킥을 황진성이 차분하게 성공시킬 때만 해도 포항의 흐름이었다.
하지만 전반 31분 김광석이 경고누적으로 퇴장, 숫적 차이가 나면서 흐름이 바뀌었다. 서울 쪽으로 무게추가 급격히 기운 것이다. 그런 분위기를 앞당긴 것이 바로 최태욱이었다.
0-1로 뒤진 상태에서 오른쪽 측면을 휘젓기 시작한 최태욱은 5분만에 하대성의 동점골을 어시스트했다. 포항의 왼쪽 골문을 향해 날카롭게 띄운 크로스는 하대성이 왼발을 쭉 뻗어 반발력만으로 득점할 수 있을 정도였다. 시즌 6번째 도움 기록이었다.
최태욱의 현란한 스피드는 후반 들어서도 멈추지 않았다. 후반 12분 오른쪽에서 굴러온 땅볼 크로스 방향을 살짝 틀어놓아 상대 골키퍼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골로 연결되지는 않았으나 포항 왼쪽 골 포스트를 맞고 나오자 데얀이 힘들이지 않고 역전골로 연결할 수 있었다.
탄탄해 보이던 포항의 수비진은 최태욱의 스피드와 정확한 패스 플레이 속에 조금씩 허물어졌다. 곳곳에 최태욱의 부지런함이 빛을 발하며 득점 찬스가 이어졌다. 주위의 경계가 높아지면서 최태욱 자신도 몇차례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맞기도 했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경기 후 최태욱에 대해 "2010년 우승 때 혹은 후반기 힘이 빠졌을 때 보여준 역량을 발휘했으면 한다"고 기대치를 나타냈다. 이어 "현재 컨디션은 선발 투입에도 전혀 문제가 없다"면서도 "팀은 90분을 봐야 한다"고 말해 최태욱의 조커 활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태욱은 경기 후 "초반 경기가 잘 안풀리는 것 같았으나 상대 선수가 퇴장을 당하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나 역시 어시스트를 기록하면서 자신감을 가졌다"고 말했다. 이어 두 번째 데얀을 득점 상황에 대해 "살짝 건드렸다. 들어갔으면 좋을 뻔 했다. 하지만 팀이 이기면서 선두를 유지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
특히 조커로 활용되고 있는 데 대해 "내 역할은 어떻게든 팀이 선두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데 있다"면서 "선발이든 교체 투입이든 상관하지 않는다. 감독님이 지시하신 임무를 수행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체력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최태욱은 "안풀릴 때 나가 흐름을 가져올 수 있다면 좋다. 미드필드에서 주장 하대성과 함께 리드를 지켜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싶다"고 활짝 웃어보였다.
그는 "감독님께서 경기 전 에스쿠데로와 선발을 놓고 고민을 했다고 하시더라"면서 "요즘은 선발보다 조커로 더 많이 나오지만 분위기를 만들라는 뜻 같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즐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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