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투수의 주된 덕목 중 하나가 바로 이닝 소화 능력이다.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투수를 두고 '이닝이터'라고 부르며 그 가치를 부여한다. 최대한 많은 이닝을 던져 다음 투수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이닝이터는 133경기 장기레이스를 치르는 프로야구에서 팀 전력의 큰 힘이 된다.
하지만 투수들만 이닝이터가 있는 게 아니다. 이닝을 먹는 건 투수 뿐만 아니라 야수들도 있다. 투수의 공을 받는 포수부터 시작해서 투수의 뒤를 지키는 7명의 내외야수들도 함께 이닝을 소화하는 수비수들이다. 그렇다면 야수들 중에서 최고의 이닝이터는 누구일까.
올해 야수 중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선수는 롯데 외야수 손아섭이다. 롯데의 124경기 중 123경기에 나온 손아섭은 교체출장이 2경기밖에 되지 않는다. 121경기에 선발출장, 우익수로 무려 1056⅔이닝을 소화했다. 팀이 수비한 1114⅓이닝 중 94.8%를 함께 했다. 근성이 강하기로 유명한 그는 외야수 중 보살 1위(13개)에 올라있다. 그냥 자리만 지키는 게 아니라 위협적인 수비수로 롯데 디펜스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 LG 유격수 오지환이 뒤를 잇고 있다. 주전 유격수로 활약하고 있는 오지환은 총 1046이닝을 소화, 손아섭에 이어 수비 이닝 2위에 올라있다. 팀의 122경기 중 121경기에 나온 그의 선발출장 경기는 116경기. 수비 부담이 큰 유격수임에도 불구하고, 꾸준하게 자리를 지키며 강한 체력을 자랑하고 있다. 유격수로 1000이닝 이상 뛴 선수는 오지환 외에는 김상수(삼성·1023⅔이닝) 하나 뿐이다.
야구 포지션 중 가장 체력적인 부담이 많고, 중노동에 비유되는 포수로는 '강철 체력' 롯데 강민호가 돋보였다. 그는 올해 팀의 124경기 중 113경기에 나왔고 그 중 107경기가 선발출장이었다. 리그 전체 포수 중 가장 많은 860이닝 동안 포수 마스크를 쓰며 안방을 지켰다. 강민호 외에 600이닝 이상 수비한 포수로 양의지(두산·846이닝)와 진갑용(삼성·661이닝)밖에 없다는 점에서 강민호의 체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 가능하다.
포지션별로 세세히 살펴 보면 우익수 손아섭, 유격수 오지환, 포수 강민호 외에도 1루수 박종윤(롯데·901이닝) 2루수 안치홍(KIA·1029이닝) 3루수 황재균(롯데·1043⅓이닝) 중견수 이용규(KIA·1029이닝) 좌익수 김현수(두산·901이닝)등이 최다이닝을 수비했다.
최다이닝 수비 10걸로는 손아섭-오지환-황재균-안치홍-김상수-이용규에 이어 최정(SK·987이닝)-이종욱(두산·979⅓이닝)-서건창(넥센·972⅔)-정근우(SK·957⅔이닝)가 뒤를 잇고 있다. 한편, 최다 수비이닝 20위로 범위를 넓힐 때 롯데(5명)가 가장 많고, KIA(4명)-SK·넥센(3명)-삼성·두산(2명)-LG(1명) 순이었다. 최하위 한화는 유일하게 최다 수비이닝 20위 안에 누구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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