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 닥공(닥치고 공격)은 아니다. 최 감독이 우승 욕심에 조심하고 있다(황선홍)" vs "안정적? 우리는 전북 현대를 제외하고는 시작부터 수비를 한 적이 없다(최용수)".
황선홍 포항 스틸러스 감독과 최용수 FC 서울 감독이 공격적인 경기 운영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K리그 팀 득점 2위(59골)를 달리고 있는 서울이 우승을 욕심에 두고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한다고 황 감독이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22일 서울과 K리그 32라운드 원정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황 감독은 "서울도 닥공을 하는 건 아니다. 최 감독이 우승 욕심이 생겨서 그런지 조심스럽게 경기 운영을 한다. 약간 경기가 느슨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경기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서울의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지적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최 감독은 차분하게 황 감독의 지적을 부인하고 나섰다. "경기 흐름을 보면 알 것이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전북(K리그 득점 1위, 63골)을 제외하고는 시작부터 수비적으로 나선 적이 없다. 우리는 팬들에게 왜 1위인지 공격적인 본능으로 보여줘야 하는 입장이다. 상대에 대한 대비를 한다기 보다 우리가 어떻게 잘할 수 있는지 보여줄 뿐이다"고 답했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황 감독은 K리그에 흥미를 더 하기 위해 자신들이 이겨야 한다며 "서울을 잡아서 K리그의 판도를 흔들어야 하지 않겠나. 욕심이 생긴다. 흥미를 주기 위해서는 서울을 잡아야 한다. 또한 우리팀이 긴장의 끈을 잡기 위해서는 계속 전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감독은 황 감독의 발언에 동의하면서도 그럴 일은 없다고 맞받아쳤다. "리그에 흥미를 더하기 위해서 포항이 이겨야 한다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신경 쓸 일이 아니다. 당장 우리는 (승점을 추가해) 달아나야 하는 입장 아닌가. 포항이 최근 연승으로 흐름을 잘타고 있지만, 그저 우리의 경기로 대응할 것이다. 리그에 흥미를 더하는 건 우리로서 관심이 없는 일이다"고 무관심하게 말했다.
감독들의 경기 전 치열한 설전 만큼 양 팀은 경기 돌입 후 열띤 공방전을 펼쳤다. 특히 최 감독은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전술로 드러내며 공격적인 운영에 힘을 더했다. 전반 35분 수비형 미드필더 한태유가 부상을 당하자 공격수 최태욱을 투입한 것이 그 예다. 최 감독의 카드는 불과 5분 만에 적중했다. 최태욱은 전반 40분 정확한 크로스로 하대성의 동점골을 만들며 0-1로 끌려가던 최 감독의 표정을 밝게 만들었다.
반면 황 감독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짙게 남았다. 공격적인 운영으로 서울과 명승부를 만들려고 했던 황 감독의 꿈은 전반 31분 수비수 김광석이 경고 누적 퇴장을 당하며 물거품이 됐다. 수적 열세에 처한 포항은 김광석의 퇴장 후 9분 만에 동점골을 허용했고, 후반 들어서도 2골을 잇달아 내줘 2-3으로 역전패를 당했다.
경기 후 황 감독은 "서울이라는 좋은 팀을 만나 좋은 승부를 하려 했다. 하지만 전반전에 퇴장을 당하는 바람에 수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아쉽게 패배했다"며 패배를 놓친 것보다 명승부를 놓친 점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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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월드컵경기장=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