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주말드라마 ‘다섯손가락’(극본 김순옥, 연출 최영훈)이 복수극 2라운드에 돌입했다. 앞서 영랑(채시라)이 결혼생활 내내 자신을 핍박한 유만세(조민기)를 향해 칼을 빼들었다면, 이번엔 위선의 가면을 쓴 엄마 영랑을 향해 의붓아들 지호(주지훈)가 단죄를 결심했다.
지난 22일 방송된 ‘다섯손가락’에서는 지호가 그간 자신에게 벌어진 악의적 음해의 진원지를 알아차리고 큰 충격을 받는 모습이 그려졌다. 하 교수(전국환)의 악보를 훔친 범인으로 지목돼 음악계에서 퇴출당하도록 만든 주범은 다름 아닌 지호가 가장 믿고 의지한 엄마 영랑이었다. 특히 지호는 어린 시절 대저택이 불타던 당시, 자신의 손을 잡고 뛴 엄마의 선택이 동생 인하(지창욱)로 착각한 순간의 실수였음 역시 깨닫고 자신을 향한 엄마의 증오가 얼마나 큰 지를 비로소 알아차리는 각성의 순간을 맞닥뜨렸다.
이에 지호가 꺼내든 카드는 철저한 복수였다. 지호는 인하가 하 교수의 후계자가 되길 바라는 영랑의 바람을 무너뜨릴 심산으로 후계자 선정 피아노 배틀에 출전할 것을 선언하며 복수의 서막을 열었다. 여기에 부성그룹 본부장으로 취임하며 아버지의 유산을 영랑-인하 모자에게 빼앗기지 않겠다는 의지 역시 드러냈다.

이에 영랑과 그의 심복인 최 변호사(장현성)는 심상치 않은 눈길을 주고받았고, 앞서도 그래왔던 것처럼 속임수와 음해도 마다치 않을 맞대응전을 펼칠 것을 예고해 눈길을 끌었다.
이 같은 인물들의 날선 대립은 복수극의 온도를 활활 타오르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우려 또한 낳는다. 앞서 ‘다섯손가락’이 방송 초반 남편에 대한 영랑의 복수극을 펼치며 살인과 방화, 학대 등 무자비한 전개를 펼친 것이 또 한 번 재현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다.
이러한 전개는 자극적이라는 혹평 외에도 인물들의 매력 또한 반감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지호가 곤경에 빠질 때 음해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성급하게 제자를 내치는 하 교수의 캐릭터나, 돈으로 매수하는 얄팍한 수법을 수차례 사용하는 영랑의 품위 없음, 피해의식에 시달리며 모든 걸 남탓으로 돌리는 매력 없는 인하의 캐릭터 등은 시청자의 마음을 얻기에 역부족이었다. '다섯손가락'이 7회 연속 시청률 하락이라는 결과를 받아든 건 이 같은 전개와 무관하다고 보긴 힘들다.
그러나 희망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다섯손가락’은 지난 방송에서 인생의 가장 소중한 보물이라고 여겨온 엄마와 동생을 잃은 지호에게 다미(진세연)를 선물했다. 맑고 순수한 다미는 이제 지호가 이 세상을 살아나갈 마지막 이유가 됐다. 다미의 존재는 복수에 불타올라 악을 악으로 갚는 지호의 어리석은 선택에 브레이크가 되어줄 수 있을까? 복수의 칼을 빼든 지호의 선택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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