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대단한 기록인가. 난 잘 모르겠는데".
역대 10번째 5년 연속 50경기 등판 기록을 달성한 삼성 마운드의 '맏형' 정현욱(34)은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정현욱은 22일 대구 롯데전서 5점차 앞선 8회 선발 장원삼을 구원 등판, 1이닝 무실점(1탈삼진) 쾌투를 선보였다.
대기만성형 선수 정현욱은 2008년부터 줄곧 삼성 필승조를 지켰다. 2009년 5월 컨디션 조절 차원에서의 1군 엔트리 말소를 제외하면 언제나 그 자리를 지켰다.

어쩌면 5년 연속 50경기 등판 기록은 정현욱에게 주는 일종의 근속상에 가깝다. 의미있는 기록이다. 철저한 자기 관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결코 불가능하다. 팀내 필승조 가운데 유일한 기록이다.
그제서야 50경기 등판 기록의 중요성을 알게 된 정현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아내 박주연 씨에게 5년 연속 50경기 등판 기록을 자랑하기도. 마치 받아쓰기 100점을 받은 초등학생처럼.
지난해 홀드 부문 2위에 올랐던 정현욱은 올 시즌 다소 주춤했다. 1승 5패 3홀드(평균자책점 3.30). 체력이나 구위가 떨어지지 않았지만 예년과는 달리 등판 시점도 들쭉날쭉 했고 마운드에 오르더라도 접전 상황과는 거리가 멀었다. 의욕이 떨어질 수 밖에.
전반기 33차례 마운드에 올라 3패 2홀드(평균자책점 4.26)에 불과했던 정현욱은 후반기 들어 1승 2패 1홀드(평균자책점 1.40)로 순항 중이다.
"어떠한 상황이든 내 기록 내 성적이니까 최선을 다해야 한다". '국민노예'라는 별명에서 알 수 있듯 던지면 던질수록 더욱 좋아지는 정현욱은 "경기에 자주 나가니까 나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고의 과정을 거쳐 정상 대열에 오른 정현욱은 후배들에게 교과서 같은 존재. 단순히 개인적인 영광을 넘어 후배들에게 영원한 귀감이 되기 위해 이뤄야 할 부분이 많다. 그가 스파이크끈을 조여 매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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