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신, "태극마크, 이제 선수로서 아닌 지도자로서"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2.09.23 19: 00

"태극마크를 심장에서 떼어낸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선수로서는 태극마크를 반납하지만 지도자로서 다시 태극마크를 달 수 있으니까".
윤경신(39)의 심장은 아직도 태극마크를 향해있다. 23일 서울 올림픽공원 내 SK핸드볼경기장에서 벌어진 2012 핸드볼코리아리그 챔피언결정전 2차전이 모두 끝난 후 특별한 자리가 만들어졌다. 바로 '살아있는 전설' 윤경신의 국가대표 은퇴식이었다.
핸드볼 선수 처음으로 은퇴식을 갖게 된 윤경신은 태극마크를 반납하는 심경을 "시원섭섭하다"고 표현했다. "국가대표를 오래했기 때문에 몸도 마음도 지쳐있었기 때문에 시원하고, 올림픽에서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지 못해 섭섭하다"는 것이다.

1990년 베이징부터 2010년 광저우 대회까지 아시안게임 6번, 올림픽은 1996년 애틀랜타 대회를 제외하고 1992년 바르셀로나때부터 지난 2012런던올림까지 5차례 출전한 윤경신은 "마지막 올림픽이라 사활을 걸고 준비했는데 만족할 만한 성과를 올리지 못해 정신적인 충격도 받았다. 스트레스도 컸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윤경신은 고등학교 2학년 당시 처음으로 국가대표에 선발된 후 2012 런던올림픽까지 무려 22년 간 태극마크를 달았다.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만 5개를 거머쥐었지만 올림픽 메달의 한을 풀기 위한 마지막 기회를 놓쳤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은 것.
국내무대를 넘어 세계무대까지 종횡무진하며 그야말로 '살아있는 전설'로 자리매김했던 윤경신은 "태극마크가 언제나 내 심장에 새겨져있는 것 같다", "몸은 말을 안듣는데, 심장이 나를 태극마크로 이끈다"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국가대표 은퇴를 두고 '심장'과도 같은 태극마크를 떼어내는 것이 쉽지 않을 터였다.
하지만 윤경신은 미소를 보였다. "태극마크를 심장에서 떼어낸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답한 윤경신은 "선수로서는 태극마크를 반납하지만 지도자로서 얼마든지 다시 태극마크를 달 수 있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핸드볼과 태극마크를 끝까지 지우지 못한 '전설'의 당당함이었다.
핸드볼에 대한 윤경신의 사랑은 끝이 없었다. 이제 그는 지도자로서 길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 국가대표 은퇴 후 첫번째 목표로 교수가 되는 것을 꼽은 윤경신은 "핸드볼을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싶다"며 유소년 육성에도 힘을 기울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편 "올림픽 큰 무대 경기가 은퇴식보다 더 편한 것 같다. 한 번뿐인 은퇴식이라 긴장을 많이 했다"며 혀를 내두른 윤경신은 "눈물이 날 뻔한 것을 참느라 힘들었다. 나는 참 복이 많은 사람인 것 같다"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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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공원=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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