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기다리던 골이 터졌다. 게다가 멀티골이다. 부산 아이파크가 울산 현대전을 기점으로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까?.
이번 시즌 부산을 대표하는 단어는 '질식수비'였다. 그만큼 수비가 강한 팀이다. 특히 K리그 7라운드와 8라운드서 최상위의 FC 서울과 전북 현대를 상대로 모두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질식수비'라는 수식을 받게 됐다. K리그 다득점 2위와 1위를 달리는 두 팀을 무실점으로 막았다는 건 부산 수비의 대단함을 뜻하기도 한다.
하지만 반대급부가 있었다. 선수층이 두텁지 못한 결과 수비적으로 운영하다 보니 득점력의 약화를 초래한 것. 특히 지난 시즌 주포였던 한상운(주빌로 이와타)을 시즌 개막 전 성남 일화로 이적시키고, 양동현에 경찰청에 입단한 탓이 가장 컸다. 부산은 두 스트라이커의 공백을 메우지 못했다.

그래도 잘 버텼다. 당초 부산이 스플릿 라운드의 상위 그룹에 확실하게 남을 것이라고 전망한 이는 드물었다. 객관적인 전력상 부산의 위치는 상위 스플릿의 최하위와 하위 스플릿의 상위권을 오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부산은 보란듯이 정규리그 30라운드를 6위로 마쳤다.
하지만 안익수 부산 감독의 주름살은 펴지지 않았다. 31라운드부터가 진정한 승부란 것을 알았다. 상위 스플릿에서는 하위권인 6위인 만큼 승리가 필요했다. 하지만 부산의 순위 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팀들은 내로라하는 강팀들뿐이었다. 선수비 후역습 만으로는 이기기 힘든 상대였다.
결국 안 감독은 30라운드를 마치고 주어진 2주 간의 휴식기를 이용, 평소보다 공격 훈련에 중점을 두었다. 공격진의 선수들도 안 감독의 의중을 파악하고 자발적인 슈팅 훈련에 들어갔다. 그러나 효과가 없는 듯 했다. 지난 16일 서울과 홈경기서 수 차례 득점 기회서도 공격진이 결정을 짓지 못해 0-2로 패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안 감독은 평소 주장하던대로 과정에 충실했다. 그래야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선수들 또한 안 감독의 지시를 믿고 따랐다.
안 감독의 포기하지 않는 끈기는 결국 결과물로 나타났다. 부산보다 더 탄탄하다는 평가의 수비진을 거느린 울산과 승부서 2골을 넣은 것. 비록 무승부에 그쳤지만 부산은 3경기 연속 무득점 갈등을 푼 점에 대해 기뻐했다.
특히 후반 1분 한지호의 득점이 그랬다. 한지호는 최광희가 오른쪽 측면 엔드라인서 올려준 크로스를 오른발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 울산의 골망을 흔들었다. 완벽한 슈팅이었다. 이에 대해 안 감독은 "지호는 다른 선수들과 같이 슈팅 훈련을 해오던 것이 성과로 나타났다. 노력이 헛되지 않았고 다시 자신감을 갖게 됐다. 도움이 될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 다행이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한지호의 득점으로 부산은 자신감을 갖게 됐다. 노력한 만큼 결과가 따른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 지금까지 슈팅 훈련을 해오던 선수들의 자신감은 물론 동기부여가 된 셈이다.
이런 모습은 부산에 청신호다. 부산이 상위 스플릿에서도 통하는 수비력을 지닌 만큼 득점력이 보완된다면, 시즌 중반에 보여줬던 10경기 연속 무패(6승 4무)의 돌풍을 다시 일으키는 것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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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호와 안익수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