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포기하기는 이르다. 그렇지만 무리할 생각은 없다".
한때 선두 삼성을 위협하던 롯데는 이달 중순까진 최소 2위는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3위 SK와 한때 3경기나 간격을 벌렸기 때문에 연패만 없다면 2년 연속 플레이오프 직행을 결정짓나 싶었지만 연패가 롯데를 덮쳤다. 그 시작은 14일 KIA와의 광주 더블헤더였다. 1차전 패배, 2차전 무승부 이후 롯데는 내려 6번을 더 지며 양승호 감독 부임이후 최다인 7연패를 기록했다. 그러면서 2위 자리도 SK에 내주고 말았다.
좀처럼 터지지 않는 방망이에 속앓이를 하던 롯데는 천신만고 끝에 연패탈출에 성공했다. 23일 홈인 사직구장으로 LG를 불러들여 3-1로 승리를 거둔 것. 이날 역시 타선은 득점권에서 많은 기회를 날렸지만 가장 필요할 때 손아섭이 역전 적시타를 터트렸다. 3위 롯데는 2위 SK와 이제 2.5게임차다.

정규시즌 종료까지 롯데는 8경기, SK는 12경기를 각각 남겨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5경기 차는 쉽지만은 않은 차이다. 그렇지만 양 감독은 23일 연패를 끊은 후 OSEN과의 통화에서 "아직 2위를 포기하긴 이르다"고 밝혔다.
연패 도중에 롯데는 부상선수까지 속출하며 더욱 어려움을 겪었다. 에이스 유먼은 왼발 부상으로 23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고 박종윤 역시 광대뼈 수술로 시즌아웃이 결정된 상황. 여기에 강민호, 이용훈, 김주찬, 조성환 등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닌 선수들이 많다. 한 명의 선수가 절실한 상황에서 오히려 부상으로 이탈하니 롯데가 현실적으로 전열을 가다듬어 준플레이오프 준비에 나서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지적도 나왔다.
양 감독도 이런 점은 인정했다. "남은 경기에서 (2위 탈환을 위해) 무리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부상 선수들이 속출해 최대한 무리하지 않고 끌고 가는 게 맞다고 본다"고 밝힌 양 감독은 "그래도 아직 2위를 포기하긴 이르다. 산술적으로 가능성이 얼마든지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롯데의 '믿는 구석'은 추후 일정과 부상병의 복귀다. 8월 말 태풍 볼라벤의 영향으로 인천 SK전 2경기가 연기됐는데 이 경기들은 잔여일정이 끝나는 2일 이후 추후 편성될 예정이다. 사실상 롯데로선 2위 탈환을 위한 마지막 기회라고 볼 수 있다. 롯데가 SK와 마지막 2연전을 치르기 전까지 2경기 차이까지 줄여 놓으면 뒤집는 것도 가능하다. 그래서 양 감독은 "결승전이 아직 남아있다"는 말로 아직 포기하지 않았음을 내비쳤다.
또한 정규시즌 막판 핵심 전력들이 돌아온다. 강민호는 27일 사직 삼성전에 복귀가 가능할 전망이다. 또한 에이스 유먼은 SK와의 2연전에 맞춰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양 감독은 "유먼은 5일만 쉬어도 되는 것이었지만 이참에 쉬라고 내렸다. 10월 초에 복귀가 가능하니 막판에 등판한다"고 말했다. 유먼은 다음달 3일부터 1군 등록이 가능하다.
야구는 흐름이 있다. 상승세와 하락세가 번갈아 나타나는 게 야구다. 양 감독이 믿는 것도 이것, 롯데는 바닥을 찍었고 4연승을 달리고 있는 SK는 정점을 찍었다고 본다. 롯데가 정규시즌 막판 여러 불리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대역전극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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