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홀드' 박희수, 새 역사를 향해가다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9.24 06: 38

중간계투 요원은 사실 고달픈 직업이다. 선발, 마무리에 비해 스포트라이트가 적은 반면 박빙 리드는 물론 추격 중인 경기에서도 몸을 풀어야 한다. 특히 승리 계투조라면 그 과부하와 심리적 부담의 상대적 여파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 SK 와이번스의 필승 계투 좌완 박희수(29)가 그 악조건 속에서 새 역사를 향해 걷고 있다.
박희수는 지난 23일 잠실 두산전에서 1⅓이닝 탈삼진 2개 사자범퇴로 3-1 팀 승리를 지키며 시즌 30번째 홀드를 따냈다. 올 시즌 60경기 7승 1패 6세이브 30홀드(1위, 23일 현재) 평균자책점 1.30을 기록하며 마무리 정우람과 함께 SK 계투진의 보루로 확실한 위력을 비추고 있는 박희수다.
이날 30홀드 째를 기록하면서 박희수는 2006시즌 홀드왕(32홀드) 권오준(삼성)과 함께 국내 프로야구 역사상 유이한 한 시즌 30홀드 투수로 이름을 올렸다. 올 시즌 홀드 2위를 달리고 있는 안지만(삼성, 25홀드)과의 격차는 5개 차. 시즌 끝을 향해 달려가는 가운데 이변이 없는 한 박희수의 타이틀 획득 가능성이 꽤 높은 편이다.

특히 박희수는 시즌 중반 팔꿈치 통증으로 인해 적지 않은 시간 동안 2군에 다녀오기도 했다. 연투는 기본으로 하고 경기 상황에 따라 불펜에서 몸을 푸는 노력도 대단한 중간 계투 요원으로서 한 시즌 30홀드는 그만큼 박희수의 노력이 대단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사실 박희수는 지난 12일 잠실 LG전에서 1이닝 삼자범퇴로 시즌 26번째 홀드를 따내며 후배 정우람이 보유하고 있던 SK 소속 한 시즌 최다 홀드(25홀드, 2008년, 2011년) 기록을 넘어섰다. 그러나 박희수는 이 기록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길 바랐다. 팀이 2위 경쟁 중으로 바쁜 순간인데다 아끼는 후배 정우람의 기록을 넘어섰다는 것으로 당장의 주목을 받고 싶지 않아서였다.
"시즌 끝까지 계속 열심히 뛰고 싶어요. 그래서 팀의 순위 상승에도 기여하고 32홀드 기록도 넘어서고 싶습니다". 마음씨 착하고 성실하기로 소문난 박희수는 충분히 제 가치를 증명받을 만한 순간에도 더 높은 고지를 노렸다. 오랜 무명 생활을 딛고 일어선 자신의 최대치를 스스로도 확인하고 싶다는 자신감도 알 수 있었다.
현대 야구의 투수 분업화가 점차 확립되면서 중간 계투 요원들의 중요성은 굉장히 커졌다. 팬들 또한 중간계투 요원의 중요성과 소중함을 알고 또 그들에 대한 성원을 아끼지 않지만 시즌 후 홀드왕에 대한 스포트라이트는 그리 크지 않다. 팀에 꼭 필요하지만 주목도가 떨어져 더욱 힘든 중간계투 보직. 박희수가 그 자리에서 새로운 야구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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