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인가, 외인인가?…니퍼트, 마운드에 서는 이유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2.09.24 07: 56

두산 더스틴 니퍼트(31)는 23일 SK전을 앞두고 잠실구장 그라운드를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매번 선발 등판을 앞둔 날이면 이렇게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힌다는 니퍼트는 이따금씩 코칭스태프와 동료 선수들이 보내는 농담에 웃으며 올 시즌 27번째 선발 등판을 준비했다.
“2 months!” 두산 정명원 투수코치가 니퍼트를 향해 외치자 니퍼트는 조용히 웃으며 “투수코치가 이러다간 내가 2달 동안 승리가 없을 것 같다고 뭐라고 한다. 물론 코치는 농담으로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미디어에서는 내가 계속 승리하지 못해 불운하다고 할 것 같다. 나는 팀원들이 내 눈치를 보고 침묵하는 것보다 이렇게 터놓고 말해주는 게 마음이 편하다. 코치도 이를 알기 때문에 저렇게 장난치는 것 같다”고 웃음을 이어갔다. 
지난 시즌 처음으로 한국 무대에 발을 들여놓은 니퍼트는 15승 6패 평균자책점 2.55로 리그 최고의 외국인 선수가 됐다. 203cm의 신장에서 내리 꽂는 150km를 상회하는 직구는 상대 타자에겐 속수무책이었고 체인지업과 슬라이더, 커브의 구위도 정상급이었다. 비록 두산은 5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지만 니퍼트는 자신이 선발 등판한 경기마다 타선의 지원을 받으며 승률 71.4%로 다승 부문 리그 3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반대양상이다. 이날 경기 전까지 니퍼트는 11승 9패 평균자책점 3.20을 올렸다. 평균자책점이 오르기도 했지만 타선의 지원도 빈약해지면서 승률이 50%대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두산은 시즌 내내 상위권에 자리하며 포스트시즌 진출이 확정적이다. 23일까지 62승 57패 3무를 기록하며 1년 만에 루징팀에서 위닝팀으로 돌아섰다. 
니퍼트는 한국에서의 2년차 생활에 대해 “팀 성적을 비롯한 모든 것이 작년보다 나아졌다”고 만족했다. 특히 지난해와는 달리 가족과 일 년 내내 함께 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즐거움이라고 밝혔다.
“서울이란 도시에는 금방 적응했다. 2년차라서 그런지 올해는 편안하다는 느낌까지 든다. 작년과 달리 가족들이 서울에 머물러 함께 살고 있는 게 가장 큰 원인인 것 같다. 쉬는 날이면 가족들을 차에 태우고 여러 곳을 놀러 다니는데 정말 재미있다. 에버랜드, 롯데월드, 오션월드 등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곳은 거의 다 간 것 같다. 에버랜드는 너무 커서 하루 종일 애들과 씨름하느라 힘들긴 했지만 다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그러면서도 니퍼트는 서울 시내 교통체증에 혀를 내둘렀다. 올해 처음으로 한국에서 차를 몰고 다니다보니 교통체증으로 받는 스트레스가 상당하다고 표정을 찡그렸다. 반면 의사소통 문제에 대해선 아직 한국어를 말하는 것은 서툴지만 듣고 이해하는 것은 많이 늘었다고 한국어에 대한 자신감도 보였다. 
“서울 교통체증에 대해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직접 운전하려니 많이 힘들다. 전에 오션월드를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는 우리 집 아파트가 보이는 상태에서 한 시간 동안 정체를 겪었다. 그냥 한 숨만 푹푹 쉬게 되더라. 아, 물론 택시도 무섭다. 택시는 거의 액셀을 발에 붙이고 다닌다. 근데 미국에도 이런 차들은 더러 있다. 그래서 나는 무조건 안전운전이다. 항상 천천히 주위를 살피며 다닌다. 한국어도 많이 익숙해졌다. 여전히 한국말로 말하는 것은 뭔가 어색하지만 상대가 하는 말을 대부분 이해할 수 있다. 통역해주는 친구가 엄청 웃기다. 항상 재밌게 통역해주니 한국어를 빠르게 알아가는 것 같다.” 
니퍼트는 다시 야구 이야기로 시선을 돌려 투수진을 극찬했다. 올 시즌 굳건히 마운드를 지키고 있는 투수진이 자랑스럽고 서로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만족했다. 이미 스캇 프록터와 김선우와는 둘도 없는 친구 관계를 형성하고 있고 그 외에 어린 투수들이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모습이 놀랍고 즐겁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스캇(프록터)과 써니(김선우)는 훌륭한 동료이자 친구다. 야구 내적으로 서로 어드바이스를 주고받으며 쉬는 날에는 함께 놀러 다닌다. 각자의 가족들을 동반하고 대규모로 놀러간 적도 있다. 이렇게 투수진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정말 좋다. 게다가 올 시즌에는 어린 선수들이 놀랍게 성장했다. 지난해보다 좋아진 팀 성적의 원인은 어린 투수들이 도약했기 때문이다. 모두들 지난겨울부터 일찍이 목표를 정하고 부단히 훈련에 임했다. 특히 이용찬이 대단하다. 이용찬은 올 시즌 리그에서 가장 꾸준한 투수다. 이용찬의 포크볼이 탐난다.”
경기 시간이 두 시간 앞으로 다가오자 니퍼트는 자신의 선발 등판, 그리고 현재 두산 팀 상황을 바라봤다. 비록 지난 시즌보다 선발승은 적지만 올 시즌 팀 성적이 지난해보다 좋고 포스트시즌도 노리기 있기 때문에 작년보다 좋은 시즌을 보내고 있다고 확신했다. 그리고 자신이 마운드에 서는 이유는 선발승이 아닌, 팀 승리를 위해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분명한 것은 올해의 두산이 지난해 두산보다 좋은 팀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우리는 포스트시즌 진출을 바라보고 있고 우승도 노리고 있다. 내가 몇 승을 기록하는 것은 중요치 않다. 팀이 이기면 된다. 내가 승리하지 못해도 팀이 이기면 나는 만족한다. 그래서 나는 매번 내 앞에 놓인 선발 등판에 집중한다. 내 등판 날짜를 바라보고 팀이 이기도록 준비한다. 그렇게 꾸준히 가다보면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지을 것이고 우승에도 다가갈 것이다.”
이날 니퍼트는 9이닝 3실점(2자책점)의 호투에도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해 10패째를 안았다. 두산도 1-3으로 SK에 패했다. 경기가 끝난 후 두산 김진욱 감독은 “니퍼트가 8, 9회 자진등판 했는데 그 메시지를 야수들이 잘 받아들였으면 좋겠다”고 니퍼트의 팀을 위한 희생이 선수단에 퍼지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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