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승 정면승부' 류현진, 에이스의 품격 지킨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9.24 06: 34

이것이 바로 에이스의 품격이다.
'괴물 에이스' 한화 류현진(25)이 변칙이나 편법 없이 남은 시즌 2차례 선발 기회에서 10승 도전에 나선다. 한화는 24일 잠실 두산전 선발투수로 데니 바티스타를 예고했다. 시즌 8승의 류현진은 25일 두산전에 선발등판하기로 했다. 지난 18일 포함 삼성전 이후 등판이 없는 그는 24일 등판이 가능했지만 정면 돌파를 결심했다.
일찌감치 4강 진출이 좌절된 한화는 페넌트레이스 잔여 10경기를 남겨놓고 있다. 내달 4일 대전 넥센전이 시즌 마지막 경기로 만약 류현진이 24일 두산전에 선발등판했다면 29일 대전 넥센전, 시즌 마지막 10월4일 대전 넥센전까지 최대 3경기 등판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한용덕 감독대행도 "현진이가 원하면 투구수를 조절해서 최대 3경기에 나갈 수 있다"며 류현진에게 의사를 물오보고 배려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류현진의 선택은 '남은 2경기 정면승부'였다. 코칭스태프가 수차례 의중을 물어봤지만 류현진의 의지는 확고했다. 그는 "남은 경기 순서대로 나가겠다. 중간에 나가 10승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런 10승은 의미없다. 창피하고 싶지 않다"고 확실하게 말했다. 10승 뿐만 아니라 최연소 통산 100승 기록도 걸려 있지만 류현진은 과감히 100승 도전도 다음으로 미뤘다.
류현진이 도전하는 기록은 대단히 값어치있는 것들이다. 지난 2006년 데뷔 후 지난해까지 6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둔 그는 7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에 도전하고 있다. 역대 프로야구 통틀어 이강철(10년·1989~1998)과 정민철(8년·1992~1999)만이 달성한 기록이다. 아울러 통산 100승도 만 27세3개월2일의 정민철 기록도 만 25세에 2년을 앞당길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류현진은 미련없이 100승을 뒤로 미뤘고, 7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도 여지가 없는 정면 승부를 택했다. 프로야구는 팀 스포츠인 동시에 개인 스포츠이기 때문에 대다수 선수들이 시즌 막바지에는 기록 달성의 배려를 받기 마련이다. 개인 타이틀이 걸린 선수가 아니라면 10승과 3할 타율 달성을 위한 일종의 변칙은 문제삼을 만한 일도 아니다. 그러나 류현진은 달랐다.
한용덕 감독대행은 "기록도 기록이지만 현진이는 대한민국 에이스가 아닌가. 본인도 그렇게까지 10승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없어 보인다. 나도 같은 생각이다. 에이스답게 모양새 안 빠지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대견스러워했다. 한용덕 대행은 "기록은 영원히 남는 것이기 때문에 현진이가 10승을 달성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지만 2경기 연속 4일 휴식 선발과 구원등판 같은 변칙이 에이스의 품격에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류현진이 7년간 쌓아온 통산 97승은 순도 99% 선발승이다. 통산 188경기 중 179경기에 선발등판한 그는 선발승이 96승이다. 유일한 구원승은 지난 2009년 9월23일 대전 LG전에서 기록한 것인데 송진우의 은퇴경기로 1회 1번타자에게 안타 하나를 맞고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 대선배의 바통을 곧바로 넘겨받아 8⅓이닝을 2실점으로 막아낸 실질적인 선발승이었다.
남은 2경기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건 그만큼 승리에 대한 자신이 있다는 의지로도 풀이될 수 있다. 물론 100승은 올해 내로 멀어졌고 시즌 뒤 그가 원하는 대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다면 기약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류현진은 "나중에 돌아와서 하면 된다"고 답했다. 에이스의 품격에 맞게 등번호대로 99승을 먼저 채우는 게 목표다.
waw@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