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성의 신사' 장동건이 안방극장을 빠져나가자 기다렸다는 듯이 여심을 파고드는 주자들이 있다. 장동건보다 한참 후배지만 경력 대비 훌륭한 연기력과 젊고도 섹시한 비주얼까지 무장해 여성 시청자들의 밤잠을 설치게 만드는 주인공, 바로 송중기와 주지훈이다.
송중기는 KBS 2TV 수목드라마 '착한 남자'를 통해 화려한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최근 이 작품이 동시간대 시청률 1위까지 올라선 데는 이경희 작가의 필력과 주조연 배우들의 고른 연기력이 이유로 꼽히고 있지만 뭐니뭐니 해도 남자주인공을 '강마루' 역을 맡은 송중기의 활약상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송중기는 극중 촉망 받는 의대생이었지만 첫사랑 한재희(박시연 분)의 배신 때문에 괴로워하다 이복동생 강초코(이유비 분)의 병원비와 생활비를 위해 제비족 인생을 선택(?)한 비운의 남자를 연기하고 있다. 돈을 위해서라면 마음 없는 여자를 유혹하고 딥 키스를 날리며 사랑의 포로로 만들어 버리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렇게 번 돈으로 가장 노릇을 하며 지냈지만 재회한 첫사랑의 망가진 모습에 망연자실하며 복수의 칼날을 품게 됐다.
송중기는 옴므파탈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강마루 역을 호연하고 있다. 엄친아, 바른생활 청년 이미지가 강했던 그는 이른바 '우유빛깔' 이미지를 과감히 탈피, 다크하고도 처절한 카리스마를 내뿜는 중이다. 솜털이 보송할 것만 같던 비주얼에서는 도발적이고 섹시한 느낌마저 풍긴다. 독기 서린 눈빛 연기가 특히 압권.

그런가 하면 SBS 주말극 '다섯손가락'의 주지훈 역시 여심 사냥에 나섰다. 주지훈은 지난 해 전역 후 첫 드라마 복귀작인 '다섯손가락'에서 역시나 비운의 캐릭터를 열연하며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는 극중 고아인 줄 알고 자라다 유회장(조민기 분)의 아들이란 사실을 알고 운명이 뒤바뀐 남자 유지호 역을 맡았다. 유지호는 유회장의 사망 후, 계모인 채영랑(채시라 분)과 이복동생 유인하(지창욱 분)에게 헌신하지만 그룹 후계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채영랑의 계략을 알아차리게 되면서 뒤늦게 냉혈한으로 변신해가고 있다. 자신을 진심으로 아껴주는 줄 알았던 가족들이 결국 자신을 내치기 위해 혈안이 됐던 세월을 깨닫고는 아버지가 물려준 후계자 자리와 사랑하는 여인을 지켜내기 위한 사투를 벌여야만 하는 상황에 처했다.

주지훈은 마성의 매력으로 브라운관을 압도한다. 절제된 연기력과 훤칠한 비주얼이 균형을 이루며 기구한 운명의 남자를 탄생시켰다. 어린 시절부터 가슴에 켜켜이 쌓인 상처, 그리고 눈 앞에 마주한 믿을 수 없이 치열한 현실 앞에서 좌절도 해보지만 주저앉지 않고 자신의 몫을 지키기 위한 움직임을 시작했다. 때로는 애잔한 눈빛 연기, 때로는 강렬한 카리스마 연기를 자유롭게 오가며 여성 시청자들로 하여금 외면할 수 없게 만든다.
이렇듯 송중기와 주지훈은 각각 20대 중반, 갓 30대에 접어든 젊은 피로서 발군의 연기력과 성숙한 이미지로 대한민국 남자 배우 중에서도 재목으로 꼽힐 만한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 단순히 잘 생기거나 연기를 잘해서만이 아닌, 남다른 배우 아우라를 지닌 채 시청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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