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끝난 일”이라는 말은 같았다. 그러나 뉘앙스는 차이가 났다. 이만수(54) SK 감독과 김기태(43) LG 감독의 시원한 화해는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투수대타카드로 대변되는 ‘9.12 신경전’의 당사자들이 다시 만난 24일 문학구장. 먼저 덕아웃에 나선 이만수 감독은 비교적 여유 있는 표정이었다. 미소를 잃지 않으려 애썼다. 김기태 감독에 대한 생각을 묻자 “다 끝난 일이다. 불편한 것은 없다. 평상시와 똑같이 할 것”이라고 웃었다.
이 감독은 “솔직히 신경 쓰지 않는다. (순위싸움에) 우리 갈 길도 바쁘다. 통화도 했다. 다 끝난 일이다. 김 감독도 자꾸 이슈가 되니 말을 아끼는 것이 아니겠나”고 되물었다. 선배인 이 감독이 먼저 전화를 한 것에 대해서도 “선배니까 먼저 한 것이다. 아랫사람이 먼저 연락하기가 얼마나 어려웠겠나”라고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화해의 손을 내미는 뉘앙스였다.

이에 비해 김 감독은 극도로 말을 아꼈다. 지인과의 만남으로 평소보다 덕아웃에 조금 늦게 등장한 김 감독은 취재진을 향해 “묻고 싶은 게 많을 텐데 평상시처럼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 상황 자체가 불편한 듯 했다. 김 감독은 “무슨 말을 해야할지 조심스럽다. 어떤 이야기를 해도 사람들의 해석은 다를 것이다. 말을 아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양해를 구했다.
김 감독은 이어 “앙금은 없다. 다 끝난 것이 아닌가. 마음에 담아두고 있지 않다”라면서도 “그때 일은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노코멘트 하겠다”라고 못을 박았다. 그리고 끝내 취재진 앞에서는 이 감독을 찾아가지 않았다. 보통 원정팀 감독이나 후배들이 먼저 인사하는 것이 관례이나 김 감독은 “글쎄요… 꼭 가야 하나”라고 이야기하며 다시 감독실로 들어갔다. 행여 다음날 이 감독을 찾아갈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확답하지 않았다.
이 감독은 오후 4시30분 경 감독실로 들어갔고 김 감독이 덕아웃으로 나온 시간은 약 5시경이었다. 그라운드에서는 마주칠 일이 없었다. 그렇게 두 감독은 만남과 화해를 생략한 채 경기에 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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