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손 타자가 밀어치며 빨랫줄 궤적을 그린 안타성 타구. 그런데 부상에서 복귀한 젊은 우익수는 이 타구를 낚아채며 안타를 아웃카운트로 바꿔버렸다. 종아리 근육파열 부상에서 복귀한 두산 베어스 4년차 외야수 정수빈(22)이 또 한 번 그림같은 수비를 보여줬다.
정수빈은 24일 잠실 한화전에서 9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장해 2타수 1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그러나 더욱 눈에 띈 장면은 바로 정수빈의 감투상급 호수비였다. 올 시즌 정수빈은 2할대 초반의 저조한 타율로 아쉬움을 사고 있으나 수비만큼은 더욱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두산이 2-1로 간신히 앞선 6회초 1사 주자 없는 순간. 상대 톱타자 오선진은 선발 김승회의 4구 째를 밀어쳤다. 누가 봐도 빨랫줄 궤적을 그리며 ‘잘 밀어쳤다’라는 느낌을 주는 좋은 안타성 타구였다.

그러나 한 순간 오선진의 출루는 없었던 일이 되었다. 낮게 깔려 날아든 타구를 정수빈이 낮고 빠른 슬라이딩으로 잡아냈기 때문. 중견수 이종욱이 미처 백업에 들어갈 틈도 없던 빠른 타구였던 만큼 정수빈이 슬라이딩을 했더라도 이를 잡지 못했다면 2루타 이상의 장타 가능성이 높았으나 정수빈은 이를 잡아내며 김승회에게 아웃카운트 하나를 선물했다.
호수비 기운을 이어가려는 듯 정수빈은 6회말 데니 바티스타의 3구 째를 받아쳐 중견수 앞으로 흘러드는 안타를 때려냈다. 비록 뒤를 이은 이종욱의 잘 맞은 타구가 2루수 하주석 정면으로 가는 바람에 귀루하지 못하고 아웃되기는 했으나 좋은 수비 후 좋은 안타를 때려낸 것만은 분명했다.
7회초에도 정수빈은 선두 타자 최진행의 타구를 달려나와 잡아내는 수비를 보여줬다. 2루수 최주환과 중견수 이종욱, 정수빈 사이 빈 곳으로 떨어지던 타구였으나 타구 포착 능력이 좋았다. 지난 7월 하순 레다메스 리즈(LG)의 몸쪽 공에 왼 종아리를 강타당하는 부상을 당한 뒤 한동안 대시 후 추진력을 받지 못하는 모습으로 아쉬움을 사던 정수빈은 이 호수비로 ‘살아있음’을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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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