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승리가 없다보니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투구패턴도 획일화를 피하고 상대 타이밍을 뺏고자 나름대로 노력 중인데”.
그도 사람이다. 오랫동안 승리가 없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찾아 온 초조함도 있었던 것이 사실. 그러나 그는 분명 올해도 이닝이터로서 자기 몫을 충분히 해내고 있다. 두산 베어스의 외국인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31)가 연이은 불운에 미간을 찌푸리면서도 한국 무대 첫 포스트시즌에서는 반드시 자기 몫 그 이상을 해내겠다고 다짐했다.
지난해 15승 6패 평균자책점 2.55(187이닝)를 기록하며 최고 외국인 투수로 활약한 니퍼트는 올 시즌 28경기 186이닝 3완투 11승 10패 평균자책점 3.15(25일 현재)의 성적을 올리고 있다. 승리 추가 페이스가 지난해에 비해 다소 늦고 평균자책점도 약간 상승했지만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20회(공동 2위), 투구 이닝 전체 2위로 자기 몫을 확실하게 하는 니퍼트다.

이닝 당 주자 출루 허용률(WHIP) 1.15에 피안타율도 2할2푼7리로 선발로서 특급 세부 스탯을 보여주고 있는 니퍼트지만 안타깝게도 최근 승운이 없다. 니퍼트의 가장 최근 승리는 지난 8월 7일 한화전에서 6이닝 4실점. 이후 50일 가까이 니퍼트는 선발승 하이파이브를 하지 못하고 3패를 쌓았다. 지난 23일 잠실 SK전에서는 본인이 8,9회 등판을 자처하며 9이닝 6피안타(탈삼진 7개) 3실점 2자책으로 완투했으나 타선 지원 빈약으로 인해 결과는 패전이었다.
“지는 경기에서 굳이 동료들을 피로하게 만드는 것보다 내 힘이 남아있는 만큼 끝까지 책임지고 싶었다. 내 임무는 동료 투수들이 최대한 쉴 수 있고 타자들이 반격의 기회를 마련할 수 있도록 힘을 다해 경기 당 많은 이닝을 책임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니퍼트는 내심 답답한 마음에서인지 “미치겠네”라며 헛웃음을 지었다. “내 개인 승리보다는 퀄리티스타트 기본, 최대한 많은 이닝”을 신조로 내세우던 니퍼트지만 오랫동안 승리가 없는 데 대한 답답함은 미처 숨기지 못했다.
“스스로도 구위에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고 어깨, 팔꿈치나 컨디션도 큰 문제가 없다. 경기 당 많은 이닝 소화가 우선이지만 스스로도 이긴 지 오래되다보니 솔직히 마음이 편치는 않다”. 자신의 승리가 오랫동안 자취를 감춘 것과 관련해 팀원들이 미안해하는 모습을 보며 스스로도 안타까워했고 그만큼 속내를 거리낌 없이 드러내지 못했던 니퍼트다. 니퍼트는 매 이닝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아준 동료를 기다렸다가 보듬어주며 같이 덕아웃으로 향하는 팀 플레이어다.
그나마 현재 팀이 꽤 여유있는 격차로 포스트시즌 진출 가시권에 있다는 점이 니퍼트의 위안거리다. 포스트시즌에 대해 묻자 니퍼트는 다시 활짝 웃으면서 “그 때는 120% 이상의 힘으로 던지겠다”라고 다짐했다. 니퍼트의 가장 최근 포스트시즌은 2010년 텍사스 레인저스 시절 디비전시리즈 등판이다. 월드시리즈 엔트리에도 이름을 올린 니퍼트지만 당시 그는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포스트시즌은 그 자체가 즐거운 축제다. 그만큼 야구를 즐기면서도 프로페셔널 선수로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우선이다. 팀의 상위 시리즈 진출과 승리를 위해 힘을 쏟고 승리와 함께 환하게 웃으며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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