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분석 쪽에서 2스트라이크 이후 커브로 결정구를 삼는다고 하더라. 그래서 내심 커브를 노려 치겠다고 생각했다”.
이 홈런이 없었더라면 자칫 또 한 명의 선발 투수가 비운의 주인공이 될 뻔 했다. 그러나 노려친 타구가 마침 선제 결승포로 이어졌고 끝까지 박빙 리드를 지키며 승리했다. 선제 결승 투런으로 팀 승리를 이끈 이원석(26, 두산 베어스)의 홈런포는 전력분석을 통한 결정구 파악과 최소한 병살을 면하겠다는 집중력이 바탕되었다.
이원석은 지난 24일 잠실 한화전에 6번 타자 3루수로 선발 출장해 2회초 1사 1루에서 상대 선발 데니 바티스타의 공을 끌어당겨 좌월 투런으로 연결했다. 자신의 시즌 8호 홈런으로 볼카운트 2-2에서 6구 째 커브(130km)를 당겨친 타구였다.

경기 후 이원석은 “중요한 경기에서 결승포를 때려내 기분이 좋다”라며 “올 시즌 내가 주자 1루에서 병살을 많이 쳤던 만큼 일단 병살로 이어지는 땅볼은 피하고자 했다”라고 밝혔다. 올 시즌 이원석은 15개의 병살타로 8개 구단 전체 타자들 중 공동 4위에 위치하고 있다.
단순히 병살을 면하자는 타격으로 홈런이 나올 가능성은 극히 드물다. 상대 투수가 어느 볼카운트에서 어떤 공을 선호하는지 노려서 생각하고 때려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원석에게 세부 구종과 함께 볼카운트 상황에 대해 묻자 또다시 답이 나왔다.
“사실 전력분석 쪽에서 바티스타가 2스트라이크 이후에는 커브를 결정구로 삼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고요. 마침 볼카운트도 2-2였고. 그래서 ‘커브를 때려내자’라고 마음먹고 병살을 피하기 위해 좌측으로 띄웠어요. 변화구를 그런 식으로 때려내면 그래도 직구를 때려내는 것보다 멀리 나가잖아요”.
홈런 상황 직전을 복기한 이원석의 이야기는 올 시즌 야구인들로부터 두산 타선이 자주 지적받던 점을 상기시켜준다. 올 시즌 두산의 팀 타율은 2할5푼9리로 KIA와 함께 공동 4위. 그리고 삼진은 608개로 최소 1위다. 여기까지는 그리 나쁘지 않지만 팀 출루율 3할2푼2리로 최하위에 장타율은 3할5푼2리로 7위다. 또한 병살은 117개로 최다 불명예를 기록 중이다.
시즌 초반 김진욱 감독은 타자들에게 “허무한 삼진은 삼갔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어떤 공이 올 지 스스로 생각하고 구질을 노리는 과정 속에서 좋은 타구를 때려내는 데 힘을 기울여 달라는 이야기였으나 세부 스탯이 알려주는 두산 타선의 타격은 ‘삼진만 피하자’라는 인상이 짙었다.
이는 노림수 타격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점을 증명한다. 김 감독은 지금은 넥센으로 트레이드된 이성열에 대해 직구를 유도하기 위해 번트 자세를 취했다가 스윙에 나서던 페이크 번트 앤 슬래시 타격 시도를 칭찬한 바 있다. 타구 결과에 관계없이 원하는 구질을 유도하기 위한 타자의 노력이 먼저 돋보였기 때문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볼카운트에 대한 투수의 성향을 파악해 구종을 노리고 들어가는 자세를 권장한 김 감독이다. ‘삼진을 삼가라’라는 주문은 구종 파악도를 높여 노려치라는 주문이었다.
이원석의 경우는 후자였다. 바티스타에 대한 전력 분석을 기억하고 볼카운트를 떠올린 이원석은 2스트라이크가 되자 볼 하나를 걸러보낸 뒤 원하는 커브가 왔을 때 주저없이 당겨치는 스윙을 보여줬다. 팀이 원하는 타격으로 수훈 선수가 된 이원석의 24일 홈런포가 다른 타자들에게도 깨우침을 줄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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