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금없지만 화해는 NO' 김기태, 어떤 ‘노림수’ 있을까?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2.09.25 12: 36

투수를 대타로 낸 이유는 명확하게 설명했다. 그러나 그 이후의 사태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야기가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김기태(43) LG 감독의 완강한 태도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그 이유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김 감독은 24일 문학 SK전을 앞두고 ‘9.12 신경전’의 반대편에 서 있는 이만수(54) SK 감독을 찾지 않았다. 예상을 깨는 행보였다. 말을 아낀 그간의 기조도 이어갔다. 김 감독은 “그때 일은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고 굵은 선을 그었다. 취재진의 질문과 카메라 셔터가 부담스러웠는지 예정보다 일찍 자리를 뜨기도 했다. 끝내 유화적인 손짓은 없었다.
“질타를 많이 받았다”라고 쓴웃음을 지은 김 감독은 또 한 번 구설수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미 이번 사태로 엄청난 후폭풍에 시달린 김 감독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벌금도 받았고 등을 돌린 여론도 확인했다. 그럼에도 그는 마지막 돌파구가 될 수 있었던 이 감독과의 만남을 선택하지 않았다.

▲ 후배보다는 수장으로 접근?
김 감독은 “앙금은 없다. (당시 사건을) 마음에 담아두고 있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이 감독을 피했다. 선동렬 KIA 감독 등 선배 감독들의 중재 노력 역시 “말 하기 조심스럽다”며 약간은 당황한 눈치를 내비쳤다. 한편 이 감독과의 전화통화도 “자세하게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짧게 끝났다”라고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앙금이 없다”라고 한 김 감독의 말을 그대로 따라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후배보다는 한 팀의 수장 위치에서 사태에 접근했을 가능성이다. 김 감독은 논란이 일어난 다음날인 13일 핑계를 대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생각을 모두 털어놓으면서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이로부터 보름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이 던진 초강수를 거둬 버리는 것은 ‘모양새’가 이상하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선수단 장악에도 문제가 생긴다.
만약 그랬다면 선배 감독들의 중재도 김 감독에게는 곤란한 일이 될 수 있다. ‘후배로서의 김기태’와 ‘수장으로서의 김기태’ 중 하나는 버려야 하는 상황에 몰리는 까닭이다. 김 감독도 고민을 넌지시 내비쳤다. 김 감독은 24일 취재진과의 대화 말미에 “홀로 생각을 많이 했는데 극단적인 마음을 먹는 사람들의 심정을 이해하겠더라”라고 이야기했다. 결정을 내리는 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 무엇을 노리는 것일까?
어쨌든 물은 엎질러졌다. 그러나 김 감독은 이를 굳이 주워 담으려 하지 않았다. 13일에는 강경발언으로 물컵마저 걷어찼고 24일에도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야구로 치면 가운데 몰린 2개의 직구를 그냥 흘려보낸 셈이다. 따라서 ‘노림수’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힘을 얻는다. 여론과 야구계의 숱한 비난을 받으면서도 뭔가를 얻기 위해 움직인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 흐름을 이해하기 어렵다.
큰 줄기는 김 감독 스스로의 입을 통해 밝혀졌다. 선수단의 결집이다. 김 감독은 13일 “오늘의 1패가 앞으로의 2,3승이 되길 바랐다”라며 극단적인 선택을 한 배경을 설명했다. 12일 경기 중에는 선수들에게 “지금 이 상황을 잊지 말고 기억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10년째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된 LG지만 최소한의 자존심은 지키자는 주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 외에도 밝혀지지 않은 목적이 있을 수 있다. 이는 김 감독만이 알고 있다.
그러나 일이 너무 커진 감은 없지 않다. 그렇다면 김 감독은 극적인 돌파구를 만들 수 있을까. 현 시점에서는 어렵다고 보는 게 중론이다. 사건 당사자인 SK와는 올 시즌 2경기가 남았다. 김 감독은 24일 “내일(25일)이라도 찾아갈 생각은 있느냐”는 질문에 “거기까지는 생각해보지 않았다”라며 사실상 거부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런 상황에서 시즌 최종전에 반전이 이뤄질 것이라 보기도 어렵다. 결국 시즌을 넘길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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