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번트의 시대' 역대 최다 희생번트 페이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9.25 07: 00

24일 대구 삼성-롯데전에서 좀처럼 보기드문 장면이 나왔다. 삼성 3번타자 이승엽이 6회 무사 2루 득점권 찬스에서 희생번트를 댄 것이다. 복귀 후 첫 희생번트. 기습 번트로 내야 안타를 만든 적은 있어도 순수하게 주자의 진루를 위한 보내기 번트는 11년 만이었고, 일본 시절 4개 포함 통산 11번째 기록이었다.
종종 중심타자들이 벤치 사인 없이 자발적으로 보내기 번트를 대는 경우가 있다. 삼성 류중일 감독 스타일상 이날 경기도 이승엽 스스로 결정한 번트일 확률이 높다. 이승엽은 일본 요미우리 시절 4번 타자를 칠 때에도 직접 번트를 댔다. 하지만 홈런을 상징하는 이승엽의 희생번트는 2012년 프로야구가 '번트의 시대'임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25일 현재 총 494경기를 치른 프로야구는 총 787개의 희생번트가 나왔다. 경기당 평균 1.59개의 희생번트가 나왔다. 이 페이스대로 시즌을 마치면 산술적으로 약 848개의 희생번트를 기록하게 된다. 프로야구 역대 최다 희생번트 1997년 808개. 아직 38경기가 더 남아있고, 시즌 막판 2위 및 5위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상황이라 최다 희생번트 시즌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경기당 평균 희생번트로 따지면 1986년이 최다 시즌이다. 378경기에서 희생번트 607개로 경기당 평균 1.61개였다. 이어 1997년 504경기에서 808개, 2006년 504경기에서 806개로 경기당 평균 1.60개로 뒤를 잇고 있다. 올해는 1986년-1997년-2006년 다음으로 자주 희생번트가 나오는 시즌이다. 최근 15년을 통틀어 2006년 다음 다음으로 리그 평균자책점(3.85)-타율(0.259)이 낮은 투고타저 시대라는 게 결정적 이유다. 홈런은 경기당 평균 1.17개인데 역대 5번째로 낮으며 1990년대 이후에는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리그 장타율 0.366도 1990년대 이후 가장 낮은 기록이다. 멀리치는 타자들이 없을수록 스코어링 포지션을 만드는 게 중요할 수밖에 없다.
사실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는지 모른다. 지난해 프로야구는 역대 3번째로 많은 782개의 희생번트가 나왔다. SK·한화·KIA·넥센 등 무려 4개팀이 세 자릿수 희생번트를 기록했다. 프로야구 30년 사상 절반이 넘는 팀이 세 자릿수 희생번트를 한 것도 처음이었다. 올해는 이 같은 흐름이 고착화돼 KIA(130개)·SK(110개)·롯데(103개)가 이미 세 자릿수를 돌파했고, 한화(96개)·두산(93개)·넥센(91개)도 90개를 넘어 세 자릿수 희생번트가 머지 않았다.
일선의 감독들은 "번트에 대한 유혹이 크다"고 말한다. 이기는 것이 지상주의가 된 프로야구 풍토를 볼 때 무작정 타자들에게 믿고 맡기는 야구를 하기 쉽지 않다. 어떻게든 득점 확률을 높일 수 있는 희생번트는 가장 안전한 공격 방법으로 통한다. 2010년 감독 중 소속팀을 그대로 유지한 채 남은 감독이 하나도 없다는 점에서 역대 최다 희생번트는 시대를 상징하는 지표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희생번트를 댄 팀들은 얼마나 소득이 있었을까. 올해 가장 희생번트를 댄 KIA는 그러나 희생번트 이후 득점 성공률이 49.2%로 뒤에서 두 번째에 그치고 있다. 희생번트를 댄 경기에서 승률도 5할2푼6리로 역시 뒤에서 두 번째로 재미를 보지 못했다. 최하위 한화는 희생번트 이후 득점 성공률이 47.9%로 최저였고 승률도 가장 낮은 5할이었다. 희생번트 이후 득점 성공률이 가장 높은 팀은 1위 삼성(65.1%)이었고, 2위 SK는 희생번트를 댄 경기에서 승률이 7할6푼9리로 최고였다. SK는 희생번트 이후 결승점을 낸 것도 17경기로 리그에서 가장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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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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