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원 감독의 엇박 코미디가 살아있는 영화 '점쟁이들'이 무리수와 신선함 사이를 오가며 관객들에게 '한국형 코믹 호러'란 색다른 장르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24일 오후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첫 공개된 '점쟁이들'은 전국 팔도에서 엄선된 초인적인 능력의 소유자 점쟁이들이 신들린 마을 울진리에서 수십년간 되풀이 되고 있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
신정원 감독의 전작 '시실리 2km', '차우'를 보며 이 기운충만한 B급 감성에 반했던 관객이라면 '점쟁이들'을 손꼽아 기다리거나 적어도 꾸준히 관심을 가졌을 법 하다. 더욱이 신 감독이 직접 '점쟁이들'이 '시실리2km', '차우'에 잇는 3부작 완결편이라고 밝혔으니 호기심을 더한다.

베일을 벗은 '점쟁이들'은 신정원 감독의 전작들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특유의 엉뚱하고 묘한 개그로 가득 차 있다. 영화는 난다긴다 하는 점쟁이들이 한데 모여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한 사건을 파헤치는 과정을 그린 추리극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얌전한 추리극이 아니다. 상황들은 정신없으며 캐릭터들은 날아달린다. 특히 극장가에 불어닥친 '멀티캐스팅' 트렌드를 잇는 작품인 만큼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향연이다.
'도둑들'이 그랬듯이, '점쟁이들' 역시 배우에게서 캐릭터를 꺼냈다고 한다. 이것은 집단 주인공을 내세워 캐릭터의 생생함이 굉장히 중요한 멀티캐스팅 영화의 특성인 듯 하다. 신정원 감독은 실제로 "배우들이 갖고 있는 내면까지 들여다 보고 싶었다. 짧은 시간 안에 배우들의 본 모습을 파악해 끄집어내는 게 내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각자 캐릭터들은 실제 배우들이 갖고 있는 모습을 많이 갖고 있다. 자기만이 갖고 있는 캐릭터를 만들려고 노력했다"라고 설명했다.
'건축학개론'의 순정남 이제훈은 안아주고 싶은 잘난척 대마왕이 됐고, '신사의 품격' 완벽남 김수로는 남들에게 욕을 먹는 속물이면서도 귀신 쫓는 능력이 탁월한 능력있는 점쟁이로 극을 이끌어간다. 심지어 김수로와 이제훈은 극중 부자(父子) 관계다. '미친소' 곽도원은 분량이 아쉬울 정도로 귀엽고, '신비소녀' 김윤혜는 꽤 예쁘고 카리스마 있다. 영화에서 온갖 산전수전을 다 겪는 강예원은 다부진 열혈 기자를 자연스럽게 소화해냈다.
하지만 이들 못지 않게 기억에 남는 것은 '귀신'이다. 그간 어떤 영화에서도 이 같이 묘사된 적은 없었던, 현실세계과 저승, 두 영역을 교묘히 걸치고 있는 악귀는 신선하다 못해 기이하기까지 하다. 악귀가 처음으로 자신의 모습을 온전히 드러내는 장면은 그로테스크함, 웃김, 팔딱이는 긴장감 등 다양한 감정을 선사한다.
영화는 캐릭터가 많고 러닝타임 내내 시끌벅적한 만큼 도저히 집중할 수 없는 순간이 오기도 한다. 하지만 맥 없이 보고 있다가도 순간 순간 터져나오는 폭소를 참기 힘들다. 10월 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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