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이 그 사람인가?’
2년 만에 H-유진이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컴백했다. “음악을 임팩트있게 전하기 위해 샤프한 이미지가 필요했다”는 H-유진의 목표는 확실히 이뤄진 듯 보였다.
H-유진은 지난 13일 자신이 직접 프로듀싱과 제작을 맡은 새 앨범 ‘맨 온 파이어(Man on Fire)’를 공개했다. 타이틀곡 ‘파티 애니멀(Party Animal)’은 파워풀하면서도 중독성 강한 비트를 가진 클럽곡으로 역동성을 강조했다. 파스텔톤 야구모자를 쓰고 장난스러운 이미지로 무대에 올랐던 예전의 H-유진과는 다른 음악 컬러다.

그는 변화를 극대화해 전달하기 위해 외모부터 바꾸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두 달 동안 쉬지 않고 다이어트에 매달렸다. H-유진은 “악으로, 깡으로 그렇게 14kg을 빼고 보니 딱 죽을 것 같더라”며 웃어 보였다.
“운동을 꾸준히 해왔어요. 전에는 몸을 키우는 운동을 해서 82kg까지 찌웠었는데 이번에 이미지 변신을 위해 65kg까지 감량했죠. 운동을 하는 친구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죽고 싶을 만큼 다이어트에 집중했어요. 덕분에 뮤직비디오는 잘 나왔는데 다시 하라고 하면 절대 못할 거예요, 절대.(웃음)”

그동안 예능 프로그램에서 H-유진이 보여주었던 이미지는 동네 오빠처럼 편안한 느낌이었다. 친근한 매력에 알아봐주는 이들은 늘었지만 강한 힙합을 추구하는 H-유진에게 음악적인 갈증은 한층 심해졌다. 음악을 위해 그는 기존의 이미지를 버릴 수밖에 없었다. 동네 오빠에서 강한 남성미의 소유자로, H-유진이 달라졌다.
H-유진은 소문난 마당발 인맥으로 유명하다. 외모는 바뀌었지만 사람 좋아하고 웃음 많은 H-유진은 어디가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다.
“신화의 에릭하고 동갑내기 친구사이인데 아이유나 카라의 규리하고도 친하게 지내요. 커피 한 잔 하면서 수다 떠는 걸 좋아하거든요. 나이 차가 많이 나면 대화가 잘 안된다고 하는데 저는 먼저 농담도 건네고 상대에 맞춰주는 편이어서 크게 어렵지 않아요. 어린 친구는 어린 친구대로, 동갑은 동갑대로 즐거워요.”
H-유진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건 음반 발매 후 이어진 동료 가수들의 릴레이 응원행렬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아이유를 비롯해 김범수, 하하, 윤형빈, 배슬기, 현영(레인보우) 등이 자신의 SNS를 통해 H-유진 앨범 홍보에 나섰다. H-유진이 체감한 감격은 “고맙다”는 3음절로는 담아낼 수 없는 깊이였을 것이다.

H-유진은 1인 기획사를 설립하고 앨범 제작부터 프로듀싱, 홍보까지 혼자 소화해야 하는 인생의 전환점에 섰다. 항상 소속사의 보호 아래 있었던 곱디고운 아티스트가 거센 현실에 직면하려고 했던 이유는 뭘까? “업계의 현실을 제대로 이해할 때 다양한 컬러를 가진 아티스트의 활동을 돕고 나아가 후배 양성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당연히 그의 음악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바로 지금”이다.
“회사에 소속돼 있을 때에는 식구들한테 의지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저 혼자 해결해야 하니까 완전히 예민해지더라고요. 예전에는 제 기준에서 맞는 일이 아니라고 판단했을 때 절대 타협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양보라는 것도 하게 되더라고요.(웃음) 제 음악이 얼마나 전달될 수 있느냐가 저한테 달린 문제잖아요. 방송국에 가서 PD들을 만나는 일도 제 몫이 됐죠. 공략법이라면 앙탈? 하하. 많이 도와주세요. 덕분에 많이 배우고 있고요. 예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H-유진은 이번 앨범을 제작하면서 “참 많이 외로웠다”고 털어놨다. 앨범이 나올 수 있을까라는 회의와 의심에 빠져서 진을 빼고 또 혼자 힘으로 해보이겠다며 스스로를 다독이며 파이팅을 외치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H-유진에게 음악은 1, 2년 반짝 보여줄 학예회가 아니기 때문에, 인생을 통틀어 이뤄내야 할 대사이기 때문에 그에게서 조급한 기색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래서 공을 들인 앨범을 세상에 내놨지만 방송이든 공연이든 한 템포 천천히 가려고 한다.
“앨범 리뷰를 보면 스타일을 많이 바꾼 것에 대해 대중들이 많이 좋아해주시더라고요.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신나게 힙합을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더 완성도 높은 음악들 계속해서 들려드릴 거예요. 많이 들어주세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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